'성장의 문화'가 필요하다
'성장의 문화'가 필요하다
  • 류수근
  • 승인 2018.12.3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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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출범 3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경제정책방향의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세 차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웠지만 올해는 기업투자 촉진을 포함한 경제활성화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정책의 큰 틀을, 현 정부 출범 시 표방한 '사람 중심 경제'의 맥을 큰 틀에서는 이어가되 앞으로는 투자와 혁신, 구조개혁 등에 더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혁신은 근본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존 산업발전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제조업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성장 엔진을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혁신성장을 경제정책 기조의 맨앞에 두고 추진할 것임이 읽히는 대목이다.

4차 산업 혁명 (PG) 일러스트[연합뉴스]
4차 산업 혁명 (PG) 일러스트. [그래픽 = 연합뉴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출범 당시부터 새정부의 혁신성장 방안에는 4차산업혁명 대응 태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혁신성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다.

성균관대 최재붕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작된 미래-포노사피언스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제의 한 경제세미나에서 “문명 교체가 본격화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35억 인류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최 교수는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온 세대들에 의해 소비문명이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기술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변화”라고 해석했다.

현재 세계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면면을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혁신성장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대명제임을 직감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과 관련 있는 IT 기업이 10개 기업 중 7개에 달한다. 지난해 9월 28일 현재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업 5개와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2개가 랭크돼 있다. 애플과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각각 한화로 1000조원을 넘어섰고, 7개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은 50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 등록 기업가치를 모두 합한 시가총액이 2000조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입이 쩍 벌어진다. 1년 전에는 7개 기업 전체 시가총액이 3000조원 언저리였으나 1년 사이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업가치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세계는 승자독식의 경향이 지배한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축적된 자본으로 미래까지 선점하고 있어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빨라질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IT 선도기업들은 고속으로 비상하고 있는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글로벌 7개 기업들이 뛰고 있는 영업 영역의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모두 불법이라는 아픈 현실이 놓여있다. 혁신성장에 맞는 규제개혁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실감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조엘 모키르는 ‘성장의 문화’라는 저서에서 ‘왜 중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 천착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중국과 유럽의 기술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성장과 정체를 반복했다. 어떤 분야에서는 유럽이 중국을 앞질렀고, 다른 분야에서는 중국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1700년대 중후반 이후 유럽은 중국의 기술을 멀찌감치 추월했다.

모키르는 유럽이 나머지 세계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계몽주의였고, 그 계몽주의가 과학과 기술 발전에 끼친 파급력이었다고 봤다. 때마침 유럽사회를 감싼 계몽주의가 다원주의 문화와 아이디어 경쟁을 촉진시켰다고 본 것이다.

중국이 유럽처럼 산업혁명을 이루지 못한 배경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듯하다. 모키르는 “중국엔 새로운 사상을 검증하는 아이디어 시장 같은, 조정을 위한 단일 메커니즘이 없었다. 유럽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분열했지만 새로운 사상이 진입해 기존의 사상에 도전하는 등 아이디어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유럽에서 성공적인 문화적 사업가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디어 시장에서 경합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꾸준하게 경합했기 때문이다”며, 반면 “중국의 아이디어 시장은 덜 논쟁적이었고 지식인 커뮤니티는 자율성이 없었다. 아울러 지적 소비자가 그들의 문화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쟁적인 아이디어 시장도 없었다”고 비교했다.

송나라 이후 중국은 경쟁적인 아이디어 시장을 갖지 못했고 기득권층은 정치적 현상에 도전해 문화적 사업가가 될 잠재력이 있는 진입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장벽을 높이 세웠으며, 과학을 여전히 정부가 통제하고 규제했다는 것이다. 혁신을 멈춘 기업과 국가에 누가 자본을 맘껏 투자하겠는가?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도 이같은 요인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성장의 문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의 변혁을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중국 대륙의 거대한 문명이 대변혁을 이끌고 있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아이디어로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 바로 성장의 문화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성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하며 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2019년 한 해는 대한민국 전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성장 문화를 싹틔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류수근 IT21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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