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3·행정고시 57회)이 과거 국가경제의 중추 부처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주장과 함께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기재부는 업무상 기밀을 누설했다며 형법 및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사회 일각에서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공익적 제보로 보아야 하는 만큼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면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이 공익적 제보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성격이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폭로되는 내용이나 동기가 단순한 사적 감정이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진 = 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진 = 연합뉴스]

우선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부터가 그렇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현 정부는 국익보다는 정권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대표적인 내용이 적자국채 발행 및 매입(바이백)을 둘러싼 주장이다. 신 전 사무관 주장 대로라면,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킬 목적으로 국가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2017년 국가 채무를 인위적으로 늘리려 한 게 된다.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절반 정도 집권한 해다.

신 전 사무관이 2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주장한 당시 적자국채 관련 논란 과정을 해설과 함께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 개요를 설명하자면 2017년 11월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는 대규모의 초과 세수가 예정되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무리하게 개입해 기재부에 적자국채 발행을 요구했다. 그로 인해 기재부는 우선 1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돌연 취소했다.

소위 바이백 취소 사건이다. 신 전 사무관이 지목한 정확한 날짜는 그해 11월 14일이다. 기재부는 이 날 제12차 국고채 매입 계획을 갑자기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매입 예정일 하루 전날의 일이었다.

이로 인해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투자자들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채권값이 크게 떨어졌다. 채권값 상승(금리 인하)을 예상하고 국고채 보유 비중을 높였던 기관투자가 등이 피해 당사자들이었다.

혼란과 특정 투자자들의 피해가 단기간에 그쳤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어이 없는 사건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정부가 국채를 사들일 단기자금 마련에 실패했다는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정부 기관이 저질렀다고 믿기엔 너무나 어이없는 사건이었던 탓이다.

바이백 취소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 핵심적인 사건은 2017년 12월 적자 국채 발행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국채 발행 담당자였던 신 전 사무관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네 차례에 걸쳐 국채 관련 보고를 했다. 최초 보고 내용은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그해 11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없이 4조6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한다는 계획만 공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해당 보도자료 취소와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을 요구했다. 그로써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39.4%라는 채무 비율까지 제시하며 신 전 사무관에게 그 이상의 비율에 도달하도록 국채 발행 액수를 계산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채무비율이 먼저 제시됐고, 그에 맞춰 억지 춘향식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결정됐다는 얘기다.

한편 신 전 사무관은 당시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압박한 인물로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을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은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결국 기재부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적자국채 추가 발행 계획을 취소했지만, 이후에도 청와대가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번 일과 관련해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은 순수하게 우리나라 행정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또한 다른 공무원들이 자신처럼 절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찍어 폭로를 하게 됐다는 주장과 함께 한 말이었다.

실제로 세간에서는 그의 호소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그에 맞서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공익 제보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아직 그 흐름이 어떻게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에 대한 판단은 기재부의 주장대로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도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일정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전에 공익제보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나서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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