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발(發) 충격의 파장이 동남아 주요 증시와 한국 증시에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특히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반영하듯 한국 증시는 그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그 결과는 지난 3일 벌어진 코스피 2000선 붕괴 사건이었다. 코스피가 힘없이 주저앉는데 결정적 작용을 한 것은 같은 날 뉴욕증시 마감 직후 애플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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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서한을 통해 2019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을 의미)의 매출 전망치를 당초보다 최소 5%, 최대 9%나 낮춘 840억 달러(약 94조5840억원)로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당초 예상했던 1분기 매출 전망치는 890억~930억 달러였다. 애플의 서한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점은 해당 기간이 연중 성수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화권 경제 악화가 어느 정도일지 내다보지 못했다”는 말로 전망치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쿡 CEO의 설명은 정곡을 다소 비켜간 것이었다. 중화권 경제 부진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폰의 중국내 판매 부진이었다. 아이폰 판매 부진은 중국을 넘어 대만·홍콩 등 중화권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중국내 아이폰 판매 부진은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불매운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폰에 대한 거부감 확산은 미·중 무역전쟁과 그 와중에 캐나다에서 터진 화웨이 부회장 체포사건 등에서 비롯됐다.

중국인들의 반미 정서는 자국산인 화웨이 스마트폰의 구매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아이폰 판매 부진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밖에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강달러 현상 또한 애플 제품의 중국내 판매 부진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대변하는 ‘차이나 쇼크’는 그 자체로도 폭발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 더 큰 파장을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된 것과 관련, 애플발 쇼크가 중국 경기둔화 이슈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또 그 여파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져 코스피 지수 전체가 하락하는 연쇄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시장에서는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가 당분간 둔화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결국 이번 애플발 쇼크는 그 같은 인식을 보다 생생하게 환기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애플발 충격으로 큰 폭의 하락장을 연출했다. 뉴욕증시의 3대 주요지수는 각각 3% 내외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특히 애플의 주가는 9.96%의 경이적인 낙폭을 기록했다. CNBC는 애플의 주가가 이 정도로 떨어지기는 2013년 1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660.02포인트(2.83%) 내린 2만2686.22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푸어스500지수는 2.4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04%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자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의 가격은 이날 확연한 오름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기준 미 국채의 수익률은 전날보다 0.102%포인트 떨어진 2.557%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인상은 곧 채권값 상승을 의미한다. 채권값과 채권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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