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3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였다.

김 전 부총리는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에 재직할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근무했다. 그런 만큼 김 전 부총리는 신 전 사무관의 각종 폭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작심하고 증언에 나선다면 신 전 사무관에 의한 폭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사진 =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사진 =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김 전 부총리의 이름은 이미 신 전 사무관의 국채 관련 폭로 과정에서 거론된 바 있다. 신 전 사무관의 증언에 따르면, 2017년 말 김 전 부총리는 39.4%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정부 부채 비율을 그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지시했다. 거기엔 이전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검은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다. 2017년도의 국가 부채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결과로 기록된다는 점이 그 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증언을 종합하면, 청와대의 압력으로 당시 김 부총리가 일정 수준 이상에 맞춰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결정은 결국 기재부 내부 의견 조율을 거쳐 백지화됐다는 것 또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다.

신 전 사무관은 그 해 11월 1조원의 국채를 되사들이기(바이백)로 했던 계획을 예정일 하루 전에 전격 취소한 것도 청와대의 적자부채 발행 지침과 관련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신 전 사무관의 폭로 사건 한 가운데에 서게 된 김 전 부총리가 마침내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결정적 증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부하 직원이었던 신 전 사무관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그를 타이르듯 정책 결정 과정 전반의 원리에 대해 기술하며 조율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신 전 사무관이 지적한 ‘청와대의 압력’을 ‘정책 조율’로 해석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글 전반의 분위기에서는 압력의 주체로 거론된 청와대와 폭로 당사자인 신 전 사무관 양측을 모두 아우르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우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밝힌 뒤 “걱정이 남아서 많이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어 신 전 사무관의 소신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술했다. 그는 “그 충정도 이해가 된다”며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부총리는 ‘조율’의 가치를 더 크게 강조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 같은 의도는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는 표현을 통해 잘 드러났다.

그는 또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정책형성 과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동시에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거나 “어느 한 국이나 과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김 전 부총리는 이어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주기 바란다”는 당부를 적었다.

담당 부서 외의 다른 국·실, 나아가 다른 부처, 심지어 청와대와도 국채 발행 정책 등과 관련해 얼마든지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에 담긴 일부 사건들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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