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증시는 급변하는 대외 요인들의 영향을 이전보다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대외 요인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는 단연 미국과 중국이다. 특히 미국은 변화를 주도하는 입장이어서 한시도 관심을 뗄 수 없는 대상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뉴욕증시와의 동조 현상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대외 이슈들 역시 미국과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이슈는 7~8일(이하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간 차관급 무역협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기류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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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차관급 협상에 대한 전망은 일단 나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담하듯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중국과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중국은 정말로 합의에 이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합의 자체가 아니라 합의 내용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내용은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을 완화하는 선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베이징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의 리처드 H. 세일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중 무역갈등의 변수로 지목했다.

합의의 수준이 어떠하든 베이징 협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갈등을 상당 수준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다 그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나서는 등 이미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기류도 증시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오는 10일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강연이 미리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주 AEA 총회의 패널 토론에서 파월 의장은 비둘기파적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통화정책 운영에 대해서는 완화적 스탠스를 취할 의향이 있음을 뚜렷이 드러냈다.

경청할 만한 발언은 “올해 통화정책은 빠르고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정책을 변경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 등이었다.

이런 가운데 9일 공개되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의사록 내용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의 입장 변화와 같은 맥락의 비둘기파적 발언 내용이 많이 드러날 경우 시장의 기대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제시한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한 차례로 제한하거나 아예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플발 충격에 휘청이던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은 파월 의장의 AEA 총회 발언으로 지난 주 급반등하며 상승마감했다. 이번 주에도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뉴욕증시는 지수 상승 시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9일로 예정된 중국의 작년 12월 수출입 실적발표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대외 요인 중 하나다.

이번 주 증시의 대내 요인으로는 8일 발표될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잠정치)이 꼽힌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실적 하향 조정에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전망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다만, 의외의 결과가 발표될 경우 시장의 반응 역시 예상 외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등락 범위는 1950~2080으로 형성돼 있다. NH투자증권이 1980~2060, 하나금융투자는 1950~2000, KTB투자증권은 1990~2050, 케이프투자증권은 1990~2080을 각각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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