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나아질 것이라던 청와대의 장담과 달리 지난 달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3만4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단기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거둬들인 처참한 성적표다.

마지막 한 달 동안의 성적이 부진했던 탓에 그러지 않아도 부진을 이어오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더욱 나빠졌다. 작년 한해의 연간 취업자는 그 이전 해보다 9만7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같은 연간 실적은 금융위기 여파에 신음하던 2009년(마이너스 8만7000명)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2017년의 연간 취업자 증가폭은 31만을 웃돌았다. 한해 전만 해도 전년 동월 대비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이 그 정도였다는 의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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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용 실적은 통계청이 9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통해 드러났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달의 전체 취업자 수는 2663만8000명이었다. 이는 1년 전 같은 달의 취업자 수보다 3만4000명 많은 것이다. 12월 취업자 증가폭은 그 이전 11개월 평균치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11월 기간 중의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10만3000명이었다.

지난 달 고용 부진은 연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통계청이 밝힌 지난 한해의 연간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9만7000명 많아졌다. 월 평균 일자리 증가폭이 10만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뒤 지난 한 해에만 일자리 예산 20조원 남짓을 배정해 얻은 결과치고는 어이없는 참사 수준이라 할 만하다. 정부는 올해에도 지난해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다.

작년 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새로운 기준에 의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실업자 수가 3년 연속 100만을 웃돌았다는 것도 고용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해준다.

당연히 작년의 실업률과 고용률 등도 좋지 않게 나타났다. 실업률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3.8%를, 고용률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내린 60.7%를 기록했다.

작년 실업률은 2001년 4.0%를 기록한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년(15∼29세) 실업률이 9.5%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측은 미미한 취업자 증가와 관련,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인구증가폭 축소, 자동차 등 제조업 부진, 서비스업 구조조정 등이 겹친데 따른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통계청의 해석엔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를 고용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 대목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지난 해에 갑작스레 돌출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조업 등의 부진을 주요 요인으로 꼽은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다만, 제조업 부문이 급격히 나빠진데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관련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정책적 요인이다. 정책적 지원 부족 또는 정책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 부진, 생산활동 위축, 소득 감소와 투자 부진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현재의 고용 부진이 재정의 집중 투입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분야(12만5000개)와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5만2000개) 등에서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각종 지표가 이들 분야에서의 고용 증진으로도 상쇄하지 못할 정도로 제조업(-5만6000개)과 자영업을 대표하는 숙박 및 음식점업(-4만5000개) 등의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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