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文 신년회견 키워드는 ‘전환’ 아닌 ‘체감’
[나이스뷰] 文 신년회견 키워드는 ‘전환’ 아닌 ‘체감’
  • 최진우 기자
  • 승인 2019.01.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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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 기자회견 키워드는 ‘체감’이었다. 최근 들어 대북 문제 대신 경제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쏟아온 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기조 그대로였다. 이는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새해에도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신년 회견에서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소상공, 자영업이 국민과 함께 성장하고 지역이 특성에 맞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고 전제한 뒤 “혁신으로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략적 혁신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분야별로 일일이 소개하면서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같은 전통적인 제조 관련 주력 산업에서도 혁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스마트 공장을 올해 4000개, 2022년까지 3만개로 대폭 확대하고 스마트 산업단지도 올해 2곳, 2022년까지는 1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의 시행은 신기술, 신제품의 빠른 시장성 점검과 출시를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이 조기에 추진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면서 그 중에서도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지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14개 지역 활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공공인프라 사업은 엄격한 선정기준을 세우고 지자체와 협의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조기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새삼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샌드박스’란 본디 바닷가에 쌓아놓은 사각형 모래 울타리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 말이 경제용어로 쓰일 땐 일정한 범위를 정해놓은 뒤 그 안에선 아무런 규제나 제약 없이 마음껏 경제활동을 하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규제 혁신 발언보다 더 크게 주목할 부분은 역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아닌 곳, 그것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신년회 장소로 택함으로써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나온 발언 내용은 신년 기자회견의 그것과 대동소이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에서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체감’을 강조한 것도 똑같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2019년엔 정책의 성과를 국민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은 기존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와 그간 시행해온 정책의 효과를 국민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신년회와 신년회견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에선 정책 관련 홍보 부족을 아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정책 방향이 올바르게 잡혀 있고, 그 기조대로 가고 있으며, 성과도 있지만 그 것들을 국민들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대통령의 심리 저변에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말에 있었던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행사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경제정책의 성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존 경제정책 방향이 옳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신년회견 문답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고용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경제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다만, 보완할 점은 보완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 연설의 절반 이상을 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정책 틀의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이란 단어는 단 한차례만 입에 올렸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언함으로써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성장과 고용이 거듭 부진을 이어갈 경우 내년 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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