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정부가 지난 7∼9일 베이징에서 진행한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종전보다 심도 있게 대화를 진전시켰다고 각각 밝혔다. 하지만 양측 발표 모두에 이렇다 할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10일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을 통해 양측이 문제 해결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오전 발표한 짤막한 성명을 통해 “쌍방이 양국 정상의 공통인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가운데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무역 문제와 구조적 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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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서로 관심을 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를 쌓았다”면서 “쌍방은 계속 긴밀히 연락을 취하기로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7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구매 확대를 통한 미·중 무역 불균형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차별적인 기업 보조금 정책 축소, 외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장 진입 규제 완화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USTR은 9일(현지시간) 먼저 성명을 내고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 상당한 양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중국 측의 약속에 논의를 집중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만남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와 지적 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범죄 등에 관해 필요한 중국 측의 구조적 변화를 달성한다는 목적으로” 90일간 진행하고 있는 협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은 우리의 지속적인 무역적자 해소와 양국 무역 증진을 위한 구조적 문제 해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념하고 있음(commitment)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USTR은 또 “다음 단계들에 대한 지침을 받기 위해 돌아가 보고할 것”이라며 백악관의 지침을 받아 추가 행보가 정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발표에서 양측은 지난해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발표 때보다도 간단한 설명과 원론적인 입장 표명만 했으며 당시와 마찬가지로 양국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중국 정부의 이날 발표 내용은 미국 정부의 발표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더 적었다.

미·중 무역협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압박 속에서 중국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지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정부는 ‘굴욕 협상’ 비난이 일 것을 우려해 자국 내에서 미·중 무역협상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는 듯 보인다.

미국은 간략하게만 회동 결과를 소개하면서도 중국과 달리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중국의 약속 이행에 논의를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의 구조적인 변화가 협상의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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