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통화 관련 정책에 대한 인내심을 강조하면서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기조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올해 1분기엔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연간으로는 1∼2회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이코노믹 클럽 오찬 대담에 참석해 "지금은 인내하면서 탄력적으로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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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대담에서 파월 의장은 '인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연준은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will be patient)"이라며 "경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빠르고 유연하게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기다리면서 지켜보자(wait-and-watch)'는 기조는 자국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까지 10% 아래에 머물던 금리 동결 및 인하 가능성은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제조업 부진이 겹치면서 12월부터 급등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신호는 없다"며 과도한 경기둔화 우려를 일축했다. 이로써 미국의 금융시장 회복에 따라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소한 5월까지는 금리 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 7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29명(39.7%)은 추가금리 인상 시점으로 '6월'을 꼽았다.

미국발 금리인상 압력이 줄어들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국내 기준금리 결정 때 인상 압력을 낮춰 결과적으로 한은의 자율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미금리 역전 폭을 0.75%P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한은이 내놓은 예상(2019년 연간 동결, 2020년 상반기 인하)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조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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