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나타날 인간생활의 변화상이다. 그들의 예측에선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교차한다.

일부 학자들은 AI가 고대 유럽의 노예처럼 많은 사람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며 마음껏 여가를 즐길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문화·예술이 다시 한번 크게 번창할 것이란 낙관론도 제시된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AI가 성취감이나 자존감, 삶의 활력, 공동체에서의 유대감 확인 등 노동이 갖는 본질적인 가치를 실종시킴으로써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대자동차가 국제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9) 현장에 설치한 완전 자율주행차 운전석의 내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국제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9) 현장에 설치한 완전 자율주행차 운전석 장치의 내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논쟁은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부는 AI가 노동의 영역을 잠식함에 따라 실직자를 양산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말한다. 반면 AI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긍정론자들 사이에서는 AI가 널리 보급된 미리 시대에 인간은 보다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행·불행은 인간이 AI로 인해 얻게 될 여가와 남는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긍정론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나흘 일정으로 개막된 2019년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9)에 참가한 각국 기업들은 이미 이런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나의 예가 세계 유수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사들이 앞다퉈 소개하고 있는 자율주행용 첨단 장치들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도 이 전시회에서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 제작을 위해 축적한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대차가 전시회장에 설치해 놓은 미래차의 운전석이다. 이는 관람객들이 완전 자율주행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운전석 부분만을 따로 제작한 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운전대가 없다. 운전대와 같은 수동 제어장치를 갖춘 4단계 자율주행차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시설인 셈이다. 즉, 5단계 무인자율주행을 가상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현대차는 이 시설을 배치하면서 재미있는 질문 하나를 제시했다.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미래형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아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현대차가 설정해둔 답은 일(work), 운동(sports), 디스커버(discover), 쇼핑(shopping) 네 가지였다. 물론 운전과 관련해 신경 쓸 일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한정 많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네 가지는 미래형 자율주행차가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해 할 수 있는 행위 영역들을 가리킨다. 탑승자는 운전석에 앉아 위의 네 가지 모드를 준비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선택할 수 있다.

서비스의 중요한 기반은 운전석 전면 유리창 전체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장치다. 이 장치로 인해 탑승자는 전면 유리를 TV 화면이나 스크린처럼 활용해 각종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이 디스플레이 기술은 자동차 전면 유리에 필름을 부착한 뒤 전기를 흘려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우선 탑승자가 ‘운동 모드’를 선택하면 그 즉시 전면 유리창(디스플레이)에 노 젓는 화면이 등장한다. 이 때 탑승자는 줄 모양으로 만들어진 기구를 잡아당긴다. 이를 통해 실제 노를 젓는 것과 같은 힘이 가해지고 탑승자의 심박동수가 증가한다. 늘어난 심박동수는 줄을 잡아당긴 횟수와 함께 전면 유리창에 매 순간 표시된다.

‘일 모드’를 선택하면 업무를 볼 수 있다. 자신의 디바이스와 연계시켜 전면 디스플레이에 업무 창을 띄운 다음 화상회의를 하거나 이메일 전송 등을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탑승해 이동 중이라면 ‘디스커버 모드’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필요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이 모드에서는 프로그래밍에 따라 퀴즈를 통한 문답풀이는 물론 전문 영역의 학습을 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입시공부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끝으로 ‘쇼핑 모드’를 선택하면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쇼핑이 가능해진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가 실물을 확인하고 싶으면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즉시 실물이 있는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현대차 측은 관람객들은 완전 자율주행차에서 운전대를 놓았을 때 가장 많이 하고 싶은 것으로 ‘운동’을 꼽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