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의 청와대 주재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초청된 대기업 가운데 연초부터 선명하게 희비가 엇갈림으로써 유독 눈길을 끄는 기업 둘이 있다. 바로 SK그룹의 SK하이닉스와 KT그룹이 그 두 곳이다. 두 기업의 희비 교차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아직 4분기 실적 발표가 남아있긴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기반 삼아 40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그 중 절반을 영업이익으로 넉넉히 챙기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KT는 요금인하 등에 의한 영업실적 부진에 각종 구설수까지 따라붙는 바람에 힘든 한해를 보냈다.   

#더굿

SK계열사 중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를 출범시키고, 올해 사내벤처 아이디어 6건의 사업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이날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하이개라지 출범식을 열었다.

하이개라지는 사내 아이디어에 창업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것을 모방해 프로그램명을 정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지난해 8월 공모를 시작한 하이개라지에는 240건가량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SK하이닉스는 이들 중 사업 실현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 수준을 고려해 6건의 아이디어를 사내벤처로 육성하기로 결정해 총 12억원의 자금을 사업화 과정에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 중 온도 조절에 사용되는 장비인 ‘테스트 공정용 칠러’가 대부분 외국산이라는 점을 감안한 ‘테스트 공정용 칠러 장비 국산화’ 아이디어, ‘인공 지능을 접목한 반도체 공정 데이터 모델링 기술’ 아이디어 등이 사업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선발된 사내벤처 주인공들은 벤처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존 소속에서 분리돼 별도의 전담 조직으로 편입된다.

이후 최대 2년 동안 벤처 창업 전문가 컨설팅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창업 혹은 SK하이닉스 사내 사업화에 나서게 된다. 만일 최종 사업화 과정에서 창업이 아닌 사내 사업화를 선택하면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해당 임직원에게 일정 부분 배분한다.

전담 조직에서는 근무시간 자율제와 절대평가 기준 인사평가 실시로 창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이 기간 내 사업화에 실패할 경우에도 재입사를 보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사측은 밝혔다. 최태원 SK회장이 최근 대기업?중견기업인과 대통령 간의 대화에서 혁신성장의 조건으로 제시한 3가지 당부 키워드 중 ‘실패에 대한 용납’과 맥이 통한다.

최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라는데 사회가 용납을 못하면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공감한 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대화 후속조치를 이행하라고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지시했다. SK하이닉스가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은 그같은 흐름에 발맞춰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향후에도 하이개라지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이석희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하이개라지는 SK하이닉스가 사업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더배드

국회의원들에 대한 KT그룹의 ‘쪼개기 후원’을 수사한 경찰이 황창규 그룹 회장 등 일부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것으로 1년여 간 수사를 지난 17일 종결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은 KT 법인도 정치자금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함께 입건한 뒤 검찰로 넘겼다.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11억여원을 조성한 가운데 4억3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 등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원)를 피해 후원금을 내고자 이처럼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것으로 봤다. 후원에 동원된 임직원은 모두 29명이었고, 대관업무(관청 상대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직원들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려 쓴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등 국회가 관여하는 현안에서 KT가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고자 후원금을 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다만 후원금을 낸 행위와 국회 논의 결과 사이에 대가성이 뚜렷이 입증되지는 않아 뇌물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후원금이 전달된 국회의원 등 99명의 보좌진과 회계책임자 등을 모두 조사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임을 알고도 받았다면 역시 처벌 대상이다.

경찰 측은 “기업이나 단체 등의 이익을 위해 법망을 피해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자금 후원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 정치후원금 제도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화재사고와 관련해 국회에 처음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와 관련해 황 회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질타했다. ‘통신 재난’ 수준의 화재를 미리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방지 대책 역시 미흡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황 회장은 오는 21일 세계 경제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 정기회의에 참석한다. 이 일 또한 구설을 부르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한 인터넷 매체가 황 회장의 국회 출석으로 다보스포럼 참석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KT의 언론플레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금 다보스포럼에 갈 때냐”며 “피해 상인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판국에 위로금 타령을 하면서 거기 가서 강연할 생각을 하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KT 임직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4%인데 황 회장 보수는 2014년 5억원에서 2017년 23억원으로 뛰었다. 몇 배를 올렸다.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며 “그러고도 외국에 나갈 염치가 있느냐. 기가 찬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해당 보도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다보스포럼 준비는 개인적으로 하는 상황”이라며 “국회는 국회고, 다보스는 다보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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