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벌인 로비액이 역대 두 번째인 312만 달러(약 3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늘어난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하고, 지난해 미·중 무역 마찰로 중국 기업의 약진이 한풀 꺾인 틈을 타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의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1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조사 전문 민간단체 책임정치센터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년차던 지난해 삼성전자 현지법인과 로펌 등을 통해 총 312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역대 최고 로비 지출액인 350만 달러(약 39억원)에서 10.8% 줄어든 액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전자업종 기업 및 협회 중 로비자금을 가장 많이 지출한 회사 순위로는 상위 9위에 오르고, 순위도 전년보다 두 계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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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이 대미 로비액 역대 두 번째 기록을 달성한 가운데 가장 집중적으로 로비활동을 벌인 이슈는 무역?통상(Trade)으로, 총 81건 중 13건을 차지했다. 뒤이어 전자통신(Telecommunication)이 총 10건에 달했다. 2년 전에는 건수 기준으로 7위에 머물렀던 전자통신 이슈가 지난해엔 2위까지 급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해 화웨이, ZTE(중싱통신) 등 중국 통신장비 사업 강자들이 주춤한 틈에 5G 통신장비 시장의 장악력을 키우고, 사업 기회들을 모색하려 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G 통신장비를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017년까지 5% 안팎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해 2분기 11%까지 올라갔다. 화웨이(28.9%)와 비교하면 시장 내 존재감이 약한 게 사실이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보다 로비자금 규모가 큰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718만 달러), 퀄컴(600만 달러), 오라클(547만 달러), 애플(509만 달러), IBM(395만 달러),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384만 달러), 소비자기술협회(CTA)(363만 달러), 지멘스(315만 달러) 등이었다. 미국 외 업체 중 삼성보다 더 많은 로비자금을 쓴 기업은 독일 지멘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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