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서민들에게는 집값이 소득에 비해 여전히 높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거래 절벽 현상으로 인한 피해 사례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어서 시장은 다시 한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김 실장은 참여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주도적으로 입안하고 실행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내면서 밝힌 생각이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 = 연합뉴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 = 연합뉴스]

그의 의도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 표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실장은 최소한 집값이 오른 만큼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 기초연금 배제 등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이 몰고 올 각종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로 대응했다.

이 같은 취지의 발언 역시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그의 기본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김 실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언론과 시장 전문가들은 각종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집값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해석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예상하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추이를 지켜보다가 하락세가 주춤해지면 다시 한번 규제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는 시각까지 가세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생각하는 적정한 주택가격 수준은 어느 지점일까. 김 실장은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질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청와대가 내심 목표로 삼은 집값 안정화 수준은 문재인 정부 취임 시점인 2017년 5월의 집값 정도일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전 정부의 집값 띄우기 정책으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던 시기에 취임했으니, 적어도 그 여파를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고자 하지 않겠느냐는 게 그같은 분석의 배경이다.

그같은 분석이 맞다면 청와대의 집값 목표 수준은 지금보다 적어도 10% 이상 더 떨어진 가격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은행이 분석해 공개한 퉁계 자료를 통해 뒷받침된다. KB부동산 통계정보에 의하면 2017년 5월 당시의 전국 아파트 가격 평균치는 3억2125만원, 지난해 12월의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은 이보다 4878만원 오른 3억7003만원이었다.

따라서 아파트 평균 가격이 2017년 5월로 되돌아가려면 지금의 매매가에서 13.2%가 빠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2억원 이상 떨어져야 청와대의 추정 목표치에 부합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당시 6억635만원이었으나 이후 상승세를 이어간 결과 지난해 12월 8억5천502만원으로 상승했다. 중위가격은 평균가격과는 다른 개념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 가운데에 위치한 아파트의 가격을 의미한다.

서울의 아파트, 그 중에서도 강남4구 등으로 지역을 한정하면 그 폭은 더 커지게 된다. 이곳에선 같은 기간 동안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집값 상승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은 16.12% 상승했다. 송파구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올라 상승률이 19.0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 나머지 3개 구의 집값 상승률은 강동구 17.49%, 강남구 15.45%, 서초구 12.55% 등이었다.

현 정부 출범 후 상승률이 두드러진 기타 지역으로는 마포구(14.15%), 용산구(14%), 중구(13.98%), 성동구(13.55%), 강서구(13.18%)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 정도의 아파트 가격 하락이 이뤄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실화된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따라서 김 실장의 최근 발언은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을 미리부터 차단하기 위해 행해진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던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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