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이 겪었던 것처럼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저성장 고착화만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세월을 거론하는 것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과 함께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용, 설비투자, 소비, 주가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들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는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지난해 성장률을 발표한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이 추정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전년 대비)은 2.7%였다. 그나마 정부 지출이 집중된 4분기에 1%의 깜짝 성장(전분기 대비)을 달성한 데 힘입은 결과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2.7% 성장은 우리 경제가 2012년 2.3%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가 3%대 이하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만 놓고 보면 벌써 7년째다. 우리 경제는 2010년 6.5%의 성장을 이룬 이후 2~3%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이젠 2%대 성장도 점점 감당해내기 힘든 과제로 느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24일 올해와 내년의 경제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정책을 논의하지만, 정작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한은이 제시할 올해와 내년의 경제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한은이 제시할 올해 성장률 전망치다. 지난해 한은이 수정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다. 이번에도 한은이 이 수치를 유지할지, 아니면 이보다 낮은 수치를 새로 제시할지 여부가 지금으로서는 최대 관심사라 할 수 있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2.7%는 정부 전망치(2.6~2.7%)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2.5%)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집계하는 경향을 지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전망치가 재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은 역시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경제전망치에 일정 정도 의지와 목표의식을 반영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전망치를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성장률 전망치가 한은이 스스로 추정해 제시한 연간 잠재성장률(2.8~2.9%)과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 또한 한은으로서는 달가운 일일 수 없다. 경제 전망치를 낮출 경우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커지리라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제반 상황으로 보아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상황이 워낙 불안정한데다 올해와 내년의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 기관들의 전망 또한 낙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5%로 하향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춰잡은 것이다. 내년 전망치 또한 0.1%포인트 낮춰 3.6%로 수정제시했다. 이유는 해소 기미가 잘 안 보이는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그리고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 등이었다. 모두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악재들이다.

내부적으로 보면, 한국은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엔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작년 4분기 성장을 주도한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정부 소비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정황을 반영, 발빠르게 움직이는 민간에선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초반의 성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민간연구소나 금융사들의 전망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분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등으로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한편 일본은 1991년부터 주가 폭락, 기업 도산 속출, 고용 부진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연평균 0%대의 저성장을 10년 넘게 이어갔다. 이로써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생겨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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