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환경문제는 어디서나 그 자체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킨다. 차량 배기가스, 공장 매연 등 인간들로 인해 생성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권에 있는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WHO 권고 기준의 2.6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로 인한 연간 조기 사망자 수는 2015년 기준 1만1924명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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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그간 청정지역으로 분리되던 제주도까지 덮칠 정도로 심각해졌다. 그 결과 국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사회재난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이제 개인의 건강, 사회문제의 범위를 넘어 경제문제로 인식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1월 보건경제정책학회에 제출한 ‘대기오염의 보건효과 추정 및 의료비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는 한 해 451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대한민국 전역이 수시로 영향권에 놓이면서 외출을 기피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면 대형마트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 기피가 경제활동과 소비를 위축시킨 결과다.

2017년 7월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미세먼지가 국내 소매판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대기 1㎥당 1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대형마트의 판매가 약 2%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대형 소매점 판매액이 줄어들 수 있고, 미세먼지의 하루 평균 농도보다는 일 최고 수치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도 ‘황금연휴’가 있던 그 당시의 소매판매 감소 원인으로 미세먼지를 지목했다. 그 해 4월 18건에 불과했던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건수가 5월 들어 128건으로 급증했는데, 이 점이 야외 활동 위축과 쇼핑 활동 제한을 초래했던 것이다.

미세먼지의 경제적 피해를 보여주는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는 질병 증가와 노동생산성 감소, 농작물 수확 감소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60년에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는 2조6000억 달러(약 3015조원)에 달한다.

미세먼지는 그 자체가 주는 손실도 크지만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생산활동 전반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의 범위를 경제 분야로 넓히는 한편,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미세먼지의 영향과 피해 정도를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 때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노력이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혁신성장의 개념에도 부합한다.

정부도 중국과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통해 미제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모색하고 있고, 관련 특별법도 마련돼 있지만 보다 본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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