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한은은 또 취업자 증가폭은 내년까지 10만명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4일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7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뤄졌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한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렸던 만큼 연이어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변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면서 한은이 보다 여유를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세계 경제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나타냈고 국내 경제 또한 지난해 10월 전망경로를 소폭 하회하면서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맞춰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선 대부분 예상한 결과라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의 채권시장설문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99%는 국내지표 부진과 올해 경제 성장률이 발표되면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리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2.7%보다 0.1%포인트 낮춘 2.6%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올해와 동일하다. 한은은 지난해 1월 2.9%로 시작해 그동안 꾸준히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춰왔다. 성장률 전망 조정은 최근의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한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2.8∼2.9%)와 더 멀어지게 됐다. 하지만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잠재 국내총생산(GDP) 추정에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잠재성장률이 어느 수준인지 아직 추정 작업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경제 또한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급속한 경기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6~2.7%로 예상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를 제시했다. 민간 연구기관은 대개 이보다 낮은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물가는 좀처럼 오르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하락 등의 영향에 의해 각각 1.4%와 1.6%에 머물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 물가 전망치는 당초의 1.7%보다 0.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 복지정책 강화 영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망치를 낮췄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 압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됐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높아져 하반기 이후 1%대 중반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통화정책은 아직도 완화적”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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