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 정부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Brexit)에 대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교부는 브렉시트 대비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영 국장급 협의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우리 측에서는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영국에선 사라 테일러 외무성 국제법률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사진 = 외교부 제공]
[사진 = 외교부 제공]

영국은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오는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15일 영국 하원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한·EU FTA에 근거해 우리 수출·수입품에 적용되던 관세 혜택이 사라지는 등 당장 우리 기업 및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대(對)영국 수출은 63억6000만 달러(약 7조1836억), 수입은 68억1000만 달러(약 7조6918억)에 달했다.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해 오는 3월 29일 이전에 한·영 FTA 실질 협의를 마무리지으려고 하고 있다. 이후 실제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협정이 발효된다.

이같은 ‘컨틴전시 한·영 FTA’는 일단 기존 한·EU FTA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준비되고 있다. FTA 외에 한·EU 세관협정 및 경쟁협정, 한·영 항공협정을 대체하기 위한 협정도 3월 말 이전에 체결해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한국 기업이나 국민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번 협의에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 국장은 “기본적으로 브렉시트 합의가 이뤄져 전환기간에 들어가면 이때 FTA를 포함한 한국과 영국 간 협정을 정비하면 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당장 3월 30일부터 기존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FTA를 포함한 4개 협정을 실질적으로 협의해 놓고 노딜이 발생하면 양국 의회 비준동의를 거쳐 이들 협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한?영 담당국장 간 핫라인을 구축해,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등 향후 브렉시트 진행 동향을 신속히 공유하고, 이에 따른 선제적 대응 사항을 지속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한?영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관급이 참여하는 고위급 경제대화 채널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중국 등과는 이같은 경제대화 채널을 구축했지만 영국과는 별도 채널을 마련하지 못했다.

양국은 고위급 경제대화 채널을 통해 양자 간 이슈를 논의하고,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 등을 포함한 미래지향적 협력분야를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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