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9일이 시한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약 두 달 남은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 기존 합의안에 담긴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손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 상대방인 유럽연합(EU)은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오늘 밤 존경하는 의원 대다수가 안전장치 변경에 대한 협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 =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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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국 하원은 의사당에서 보수당 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이 제출한 수정안을 찬성 317표 대 반대 301표, 16표차로 가결했다. 이 수정안은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의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조항에 변경을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회가 안전장치 조항 변경 등을 위해 EU와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플랜B를 사실상 승인한 것이다.

메이 총리가 EU와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지난 15일 하원에서 실시된 승인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안전장치 조항은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된 주요 이유다. 이에 메이 총리는 지난 21일 플랜B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플랜B 결의안에는 EU와 안전장치 조항에 대해 재협상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하원 수정안 표결에서는 보수당의 캐럴라인 스펠맨과 노동당의 잭 드로미 의원이 제출한 ‘노 딜(아무런 협정없이 EU 탈퇴)’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8표차로 가결됐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의원과 보수당의 닉 볼스 의원의 공동으로 발의한 수정안은 당초 예상과 달리 부결됐다. 이 안은 2월 말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탈퇴 시점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가결된 수정안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변경된 브렉시트 합의안에 수정안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에 반발한 의원들이 2차 승인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안전장치만 수정하면 2차 승인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게 메이 총리의 계산인 만큼 노 딜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수정안이 합의안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메이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는 이날 하원의 수정안 표결 직후 재협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터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안전장치는 기존 합의안의 일부이며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메이 총리의 안전장치 재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합의안에 안전장치 종료 시점을 명기하는 것과 영국이 일방적으로 안전장치를 끝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의 2차 승인투표는 2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뉴스는 다음달 13일이라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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