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7% 이상 하락할 경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이른바 ‘역전세’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전세는 경기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셋값도 이전보다 내릴 때 발생한다. 이 경우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내린 만큼 전세금을 돌려달다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집주인만 난감해지는 것이 아니다. 집주인이 이전의 비싼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이를 반환하지 못함으로써 세입자가 제때 이사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포럼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올해 아파트 전셋값 긴급점검’에서 서울 아파트 전용 85㎡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말 기준 4억3426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6년 말 전셋값인 4억531만원 대비 7.4% 높은 수준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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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 하락 폭이 10% 안팎에 달해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말 대비 지난해 말 전셋값 변동률은 경상남도 -12.7%, 울산시 -9.6%, 충청남도 -9.3%, 경상북도 -8.2%로 집계됐다.

경기도(0.1%), 부산시(1.3%), 대구시(1.1%), 강원(1.3%)은 2016년 말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1년 전보다는 전셋값이 떨어져 하락 속도에 따라 역전세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평가됐다.

전셋값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입주 물량이다. 서울은 5년 평균 아파트 재고량 대비 입주 물량 비중이 2.6%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다. 하지만 강동구(15.0%), 성북구(9.1%), 송파구(9.1%) 등 동남권 지역은 헬리오시티, 고덕그라시움 등 대단지 입주가 몰려 물량 급증에 따른 전셋값 하락이 예상된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9만5000가구로 200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강원(5.7%), 경남(5.6%), 울산(5.7%), 경기(4.9%)는 최근 5년 평균 아파트 재고량 대비 올해 입주 물량 비중이 전국 평균치 3.7%를 웃돌아 전셋값 추가 하락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윤수민 선임연구원은 “역전세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의 전세 세입자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서상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에만 가입이 가능한 만큼 내년에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세입자도 올해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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