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방안으로 추진 중인 ‘조선업 빅딜’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해법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다. 최근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8일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A의 개요는 산은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팔면서 그 대가로 현금이 아니라 조선합작법인의 주식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분교환 방식의 M&A인 셈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은이 설립하는 조선합작법인은 현대중공업지주에 속하는 중간지주 회사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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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받을 조선합작법인의 주식은 우선주와 보통주를 합쳐 2조800억원어치다. 이렇게 되면 산은은 조선합작법인의 주식 18%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1대 주주는 28%를 보유하는 현대중공업지주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전세계 1, 2위를 달리는 두 개 조선사가 하나의 지주회사(조선합작법인) 아래에 묶이면 조선업계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효과가 반드시 긍정적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번갈아 제기되고 있다.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 중 대표적인 것이 과당경쟁 해소와 규모의 경제 구현이다. 또 양사가 보유중인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기술 시너지를 누릴 수도 있다. 이로써 한국 조선업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은 물론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여지를 갖는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계열사 간에 형성돼 있는 내부 시장이 한층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일례로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배기가스 세정장치인 스크러버를 활용해 제공하는 친환경 선박개조 서비스 등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이번 M&A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동반부실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찌감치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대우조선이 발행한 2조원대의 채권을 상환하는데 따르는 부담 등을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산은 측은 현대중공업의 재무 부담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 현금 출자가 아닌 현물 출자였다고 설명했다.

헐값 매각, 특혜 매각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산은의 대우조선 지분 매각이 실제로 헐값에 이뤄졌다면 이는 혈세 낭비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헐값 매각 시비는 산은이 그간 대우조선에 쏟아부은 돈에 비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회수하는 대가가 너무 작다는데서 비롯됐다.

2015년 분식회계 사태 이후 산은은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최소 7조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분식회계 사태 이후 투입된 신규자금 4조2000억원과 2017년에 추가로 투입된 2조9000억원 등을 합친 금액 등이 적어도 그 정도는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산은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수할 주식의 가치는 2조 남짓에 불과하다.

국내 3위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현대중공업과 먼저 협상을 벌여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헐값에 사들일 기회를 삼성중공업에 공평하게 제공하지 않은 것이 논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산은은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그로 인해 경영정상화가 현실화된다면 향후 주가가 올라 회수자금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특혜 논란과 관련해서는 복잡한 계약 구조와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을 등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미리 인수 의지가 있는 상대를 정해 일정 단계까지 협상을 진행한 뒤에야 다른 기업에도 기회를 주는 방식은 부실기업 정리 때 미국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인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양측의 기본합의서 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당분간 합병 없이 별개의 회사로 존속하게 된다. 이를 두고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만 해도 이미 구조조정을 하고 있던 마당에 두 개 회사의 조직과 인력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가 논란의 요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은이 정부의 일자리 증대 정책만을 의식한 가운데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산은은 문제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두 회사가 이미 인적 구조조정을 상당한 단계까지 진행했고, 수주 물량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 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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