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가 위축세를 보이는 가운데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해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계약 시점인 2년 전 가격 아래로 떨어진 지역들이 늘고 있다.

이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2년 만기가 끝난 뒤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의 우려도 커지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연합뉴스가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총 11개 지역의 전셋값이 2년 전(2017년 1월)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67% 하락한 가운데 광역단체 기준으로는 울산시의 전셋값이 -13.63%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조선 경기 위축 등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한 반면, 경상남도 일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에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11.29% 내려 전국 광역 시·도에서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조선업체가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는 거제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34.98%나 하락해 기초 단위로는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실제 이들 지역은 ‘깡통주택’과 ‘깡통전세’ 문제로 지난해부터 임대차 분쟁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 보증금과 대출금의 합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깡통전세는 이로 인해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이어 지난해부터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시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2.36% 하락했다. 세종시(-5.47)·강원시(-2.62%)·충청북도(-4.01%)·충청남도(-7.08%)·경상북도(-8.10%)·제주시(-3.71%) 등에서도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많이 내렸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에서도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정부 규제와 새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전체 28개 시 가운데 21곳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의 75%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안성시(-13.47%)·안산시(-14.41%)·오산시(-10.05%)·평택시(-11.08%) 등지의 낙폭은 두 자릿수에 달했다.

서울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남 4구의 전셋값은 2년 전보다 0.82% 떨어져 있다. 또 서초구의 전셋값이 2년 전 대비 3.86% 줄었고, 송파구도 2년 전 시세보다 0.88% 내렸다. 강남구(0.02%)는 사실상 2년 전 가격 수준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59.95㎡는 2017년 1월 8억4000만∼8억8500만원에 계약됐는데, 지난달 말 계약된 전셋값은 이보다 2000만∼6000만원 낮은 8억2000만원이다.

강남권은 최근 재건축 이주 단지 감소와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물량 증가로 전셋값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전세난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울지역 입주물량은 9500여 가구의 송파 헬리오시티를 포함해 5만 가구가 넘는다.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다. 경기도의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3만 가구 정도 줄지만 2015년의 2배가 넘는 13만7000여 가구의 입주가 대기 중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조만간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선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규제로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역전세난이 지속되면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깡통주택·깡통전세 등에 따른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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