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금융그룹들의 새로운 싸움터로 변해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 시장이 어느 정도 고착화된 세력 판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온라인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미완의 상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먼저 뛰어든 쪽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NH농협금융 등이다.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은 케이뱅크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농협금융은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역시 케이뱅크에 투자했다.

국민은행도 질세라 케이뱅크의 라이벌인 카카오뱅크에 투자, 주요 주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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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숙 상태인 만큼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경쟁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도 그 같은 흐름에 맞춰 기존 금융기관 등의 신규 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27일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금융위는 신청 기업들 중 1~2곳을 선정해 예비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당국의 계획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 중엔 제3의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강력히 거론되는 곳은 신한금융그룹과 비바리퍼블리카다. 이들 기업은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작업을 활발히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과 비바리퍼블리카는 나란히 그 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신한의 자금력 및 금융 노하우에 비바리퍼블리카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이 합쳐져 하나의 컨소시엄이 구성될 경우 이 컨소시엄은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점이 이들 기업의 움직임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승건 대표가 이끄는 비바리퍼블리카는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혁신적 핀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승건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초청 기업인 7명 중 한명으로 이 대표가 선정된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쉽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간편 금융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기업이다. 12일 현재 ‘토스’ 서비스 누적 다운로드는 2200만여건에 이르며, 이를 이용한 누적 송금액은 33조원을 넘어섰다.

이밖에도 비바리퍼블리카는 계좌 및 카드, 신용, 보험 등과 관련한 각종 조회 서비스와 해외 주식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그간 축적해온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신한금융그룹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 나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적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명가량의 공동추진단을 구성해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나선다.

공동추진단은 예비인가 신청 때까지 새로 탄생할 법인의 자본금 규모, 각 사의 참여 지분,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이들 두 회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존의 인터넷전문운행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기업의 참여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예비인가를 위한 심사 기준 중 혁신성에 높은 점수가 배정된데다 신한금융과의 협력으로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음을 들어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음 달 예비인가 신청 마감까지 또 다른 금융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후보 중 하나로 KEB하나은행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본금 규모를 조 단위로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경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은 거대 금융기업들의 주요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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