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부진 현상이 끝간 데를 모를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해 다달이 발표되는 고용 지표는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연이어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1만9000명에 그쳤다. 2018년 1월과 비교했을 때 취업자 수가 그 정도만 늘어났다는 의미다. 지난 달의 전체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이었다.

1월 취업자 증가폭은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제시한 15만명에 터무니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위태롭게 한 지난해 실적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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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월 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9만7000명이었다. 2017년의 월 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31만명을 약간 웃돌았었다.

이날 통계청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면서 내놓은 반응이었다.

1월 고용 부진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고용 증가폭 자체도 문제려니와 더 큰 심각성은 그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조업의 활력 부진이다. 이를 입증하듯 통계청 자료는 지난 1월 한달간 제조업에서만 17만명의 고용 감소가 이뤄졌음을 보여주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조업은 취업 희망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산업 분야다. 안정성과 보수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산업 분야인 만큼 어느 정부든 고용 정책을 펼 때 제조업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제조업은 전·후방연쇄효과가 큰 산업이라는 점에서도 정책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 미비와 산업 구조조정 지연, 노동위주의 정책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제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인건비 상승, 노사갈등 등에 시달린 나머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미래형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 작업은 우리 제조업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SK하이닉스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120조원을 투자해 특정 지역에 반도체 및 관련 부품 공장 등을 대거 유치한다는 게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사업의 요지다. 그러나 정치권과 청와대에 의해 지역균형 발전 논리가 개입하면서 입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벌써부터 요란스레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는 정책에까지 투자와 고용 효과를 중시하는 경제논리 대신 정치논리가 강하게 개입하자 정작 사업 주체로 참여할 제조업체는 그 위세에 눌려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의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은 그 전달(-12만7000명)보다 4만명 이상 확대된 것이다. 통계청은 그 원인으로 전자·전기부품 장비 분야의 부진을 꼽았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의한 수출 및 출하량 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의 고용 부진을 초래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도·소매업 분야에서의 취업자 감소 현상이었다. 이 분야에서만 6만7000명의 감소가 이뤄졌다. 건설업 취업자 수 역시 지난달에만 1만9000명 줄어들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데는 기저효과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비교 기준월인 지난해 1월의 취업자 증가폭은 33만4000명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고용 관련 지표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기저효과 탓만 할 만큼 한가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일례로 실업률은 전년 동월보다 0.8%포인트 상승해 4.5%를 기록했다. 1월만 놓고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2010년의 5.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 수 역시 122만4000명을 기록, 1월 기준으로 2000년의 123만2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 100만 돌파는 이제 뉴스거리조차 못 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정부가 실업률보다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고용률도 시원치 않게 나타났다. 고용률은 실업률 통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업준비생 등 구직 단념자를 포괄하는 개념이어서 실제 경기 상황을 보다 정확히 판단하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1월 고용률은 59.2%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비교 기준으로 제시하는 15~64세 고용률 역시 1년 전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한 65.9%에 머물렀다. 그나마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42.9%로 0.7%포인트 상승한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가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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