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오너십 지키기에 발벗고 나섰다. 명분은 ‘선진경영 추구’이지만 실제로는 외부의 경영참여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려 안간힘쓰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진이 수성전(守城戰)을 펼치려 하는 대상은 국민연금과 사모펀드인 KCGI다.

이들의 경영 참여 요구에 대비하려는 한진그룹의 처절한 의지는 13일 발표된 경영발전 방안을 통해 고스란히 확인됐다. 이날 한진그룹은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공시 형식으로 공개했다.

이를 통해 한진그룹은 2023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을 22조3000억원, 영업이익을 2조2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중 달성할 목표로 제시한 영업이익률은 10%였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업 부문별 성장전략과 경영발전 방안을 세우고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참고로 지난해 한진그룹은 매출 16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영업이익률 6.1%)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한진그룹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평균 6.2% 정도의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장기 전략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세부적인 경영발전 방안의 내용이었다. 세부 방안 하나하나가 외부의 경영참여 공격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한진그룹의 대응 의지를 고스란히 내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한진그룹이 밝힌 경영발전 방안의 주요 내용은 △배당 확대 △한진칼과 (주)한진 내 감사위원회 설치 △한진칼과 (주)한진의 사외이사 확대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사업 재평가 및 매각 검토 등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외부의 경영참여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내용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눈길이 가는 것은 배당 확대 의지의 표명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주사인 한진칼의 배당성향을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배당성향을 50%로 정한다는 것은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배당금으로 나눠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지난해 한진칼의 실적이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다만 한진칼이 지난해에도 2017년 정도의 순이익을 거뒀다면 배당금 규모는 1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칼의 배당성향 50%는 2015년의 41.7%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2015년엔 순이익이 96억원에 불과했던 만큼 전체 배당금 규모도 40억원으로 미미했다.

한진칼은 2016년엔 114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배당을 하지 않았고, 그 이듬해엔 순이익 2388억원을 낸 뒤 75억원만을 배당(배당성향 3.1%)했다.

이런 전력을 보면 지난해분 한진칼의 배당 규모는 이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익 확대를 노리고 경영권 참여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는 KCGI와 역시 연기금의 운용수익 확대를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일부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한진칼과 (주)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려는 방안도 KCGI 등의 공세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조치가 이뤄지면 한진칼과 (주)한진의 현행 1인 감사 체제는 3인 감사위원회 체제로 변경된다.

여기엔 한진의 노골적 의도가 담겨 있다. 1인 감사를 둘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만 3%로 제한되는데 반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감사위원 선임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공히 3%로 제한된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라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감사위원 선임시 조양호 회장의 입김이 보다 강해지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현행 상법은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KCGI는 자산 규모 2조원 미만인 한진칼을 상대로 감사 선임을 시도한 바 있다. 특정인을 한진칼의 감사로 앉히려 했던 것이다. 그러자 한진칼은 단기차입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자산 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이를 두고 한차례 ‘꼼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한진그룹의 발표 내용으로 보아 (주)한진은 이미 자산 규모 2조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확대 방안 역시 KCGI의 공격 명분을 약회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과 (주)한진의 사외이사를 기존의 3명에서 4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독립적 사외이사 2인 선임을 요구해온 KCGI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구노력에 나설 의지를 동시에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 경복궁 옆의 미국 대사관 숙소로 쓰였던 송현동 부지(3만6642㎡)를 매각하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사업을 재평가하겠다는 것도 외부 공세를 무마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전부터 KCGI가 한진그룹에 요구해온 내용 중 일부다. 한진은 한때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호텔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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