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매매처럼 전·월세 거래도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임대인의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임대인은 앞으로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계약기간과 임대료 등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하는 신고 의무가 부과됨과 동시에 전·월세 내역 공개로 세원이 노출돼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던 사람도 세금이 부과되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현행과 같은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으로 임대시장 전반에 대해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매매 거래처럼 전·월세도 실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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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매 거래에 대한 실거래가 신고 제도는 2006년 도입돼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실거래가 기반의 과세 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임대차 거래에 대해서는 이런 신고 의무가 없어 정부가 모든 전·월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국감정원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통해 전·월세 거래 미신고 임대주택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임대 목적으로 사용하는 주택 673만 가구 가운데 확정일자나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등을 통해 공부상 임대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은 22.8%(153만 가구)로 전체 임대 주택중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나머지 77.2%(520만 가구)는 임대차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임차인들은 보증금이 소액일 때에는 보증금 손실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반대로 전세 보증금이 고액인 경우 증여세 조사 등을 피하려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따라 임대차(전·월세) 거래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하고, 의원입법 형태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법 개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르면 상반기 중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안을 발의해 법제화에 나선다.

신고 대상은 우선 주택으로 한정하고,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등 비주택은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보에 제약이 많다 보니 전·월세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책 대응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최근 발생하는 역전세난 등에 따른 임차인 보호와 취약계층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임대차 정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2006년 매매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때 못지않게 임대차 시장에 엄청난 변화와 파장이 몰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주택 임대인의 월세 수입에 대한 철저한 과세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신방수 세무사는 "그동안 주택임대료는 집주인의 월세 수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월세 거래 내역 신고가 의무화되면 임대인의 수입이 낱낱이 공개돼 세무당국의 소득세 부과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인 또는 중개인에게 모든 임대차 거래에 대한 신고 의무가 부여됨에 따라 계약서 작성부터 임대료 책정 방식, 세입자 관리, 수리비 부담 주체 등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일체의 임대차 관행도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임대 수입에 대해 철저한 과세가 가능해진 만큼 달라진 환경에 따라 임대사업 영위를 재검토하는 집주인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개정안 발의에 앞서 조만간 구체적인 세부 시행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전·월세 신고제를 서울 등 특정 지역에 대해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지방 등으로 점차 확대할지, 소액 보증금과 서민 주택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를 제외할지 여부 등을 논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 신고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시행 시기를 늦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세부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입법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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