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을 보인 원인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드는 동시에 고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데 있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급증한 것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임금 인상 혜택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우려던 최저임금 인상이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고소득층의 임금을 높이는 연쇄작용을 촉발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93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다. 2003년 통계 집계 시작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최고 증가율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5분위의 소득을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688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하며 소득 내 비중과 증가율 모두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1분위)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36.8% 줄어든 43만1000원이었다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5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증가는 일단 가구 내 취업 인원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5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가구원 수는 2017년 4분기 2.02명에서 작년 4분기 2.07명으로 0.05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1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가구원 수는 0.81명에서 0.64명으로 0.17명 감소했다.

작년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2009년 8만7000명 감소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어려운 고용 상황에서 그나마 증가한 일자리는 5분위 가구에서 차지했고, 1분위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4만5000명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임시근로자는 14만1000명, 일용근로자는 5만4000명 각각 줄었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경기는 둔화하고 있지만 평균 근로소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유지한 5분위가 그 효과를 그대로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일자리 증가가 상용직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5분위는 일자리의 양적 증가와 질적 증가를 모두 누리며 근로소득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의 역대급 근로소득 상승에는 예상치 못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그 선상 아래 있던 이들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던 이들과 임금이 비슷해지게 된다. 이러면 이 계층 임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연쇄 효과는 결국 최상위인 5분위의 임금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반도체 계열처럼 상황이 양호한 기업의 임금이 올라가는 등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안정적인 직장에서 고소득 임금을 받는 이들의 근로소득이 증가했다"며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호하려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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