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이달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조양호 회장 연임안 등 안건을 논의한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연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주총에서 벌어질 표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주총회 개최일을 27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총 안건으로는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의 이사 연임안 등을 상정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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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주요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항공·운송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조 회장의 항공전문가로서의 식견은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진그룹의 주주가치 극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회장직 연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7일 주총에서 조 회장 연임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조 회장 연임에 대한 찬반 입장은 정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2%가량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반대표를 던지면 조 회장 연임을 저지할 수 있다.

대한항공 일부 직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미 조 회장 연임을 막기 위한 주주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소액주주 운동과 함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 권유, 주주총회 참석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반대표를 얼마나 모을지도 관심사다.

조 회장은 이날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등 3개 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임원직을 내려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임원을 겸직하는 계열사를 9곳에서 3곳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조 회장은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7개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의 비등기 임원도 맡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번 결정에 따라 조 회장의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임원 임기 만료 시 이사회에서 중임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계열사의 임원직은 연내 겸직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조 회장이 KCGI와 국민연금의 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에 대응하는 조치로 보면서도 그룹 핵심 계열사 임원직을 유지해 실권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 회장 연임안 외에 김재일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박남규 사외이사 선임 건,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보수 한도 승인 건 등을 의결했다.

박남규 사외이사 후보는 서울대 교수로 60여개 항공사가 1945년부터 2010년까지 65년 동안 체결한 전략적 제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연구 등을 25년 이상 진행한 항공운송산업 전문가라고 대한항공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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