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상식처럼 굳어져온 대마불사 관념이 허무하게 깨져버린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회계 감사인이 ‘한정’이란 감사의견을 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얼마 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신뢰 추락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에 비하면 일시적 주식거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채권단과 신경전을 벌이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절체절명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전격적인 자구안을 제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버티기에 금호아시아나가 결국 백기투항을 한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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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실시다. 채권단이 앞선 자구안을 거부하면서 요구한 내용을 금호아시아나가 수용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오너인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전량(47.5%)과 금호산업이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33.5%)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약속도 자구안에 첨부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앞서 채권단이 요구한 유상증자안을 금호아시아나가 제3자 배정방식으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마침내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방안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매각이 가능한 물건이란 평가를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안이 성사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떨어져나가지만 보다 건실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아시아나항공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경영 상태를 이어왔다. 그런 회사인 만큼 경영능력이 뛰어난 주인을 만나면 새로운 둥지에서 동일 계열사와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새롭게 승승장구할 수 있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숱하게 시도됐지만 모범으로 삼을 만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개의 경우 산업은행이 먼저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살린 뒤 매각에 나서려는 시도가 펼쳐졌다. 하지만 혈세만 낭비하고 끝나기 일쑤였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한 금호아시아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과감하면서도 실질적인 측면이 엿보인다. 성공 가능성 역시 꽤나 높아 보인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히 매력적인 알짜 매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잘만 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은 연결 재무제표상으론 부실하지만 독자 생존 가능성이 큰 기타 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할 정부 당국이나 산은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줄 수도 있다.

국민의 혈세만 잔뜩 쏟아붓고 기업은 기업대로 망가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설익은 기업 구조조정 시도는 이제 끝내야 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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