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이 여러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를 떨치고 있다. 워낙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까지 높아 돼지열병은 이미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에 시달리다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다 죽는다. 급성이면 치사율 100%다.

현재 돼지열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외에도 러시아, 유럽 등 여럿이다. 그 수가 모두 50개국에 육박한다니 이미 전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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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는 지난 초가을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100만 마리가량의 감염돼지를 살처분했다. 그 수가 100배 정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 돼지 수가 4억 남짓이라 하니 지구상의 돼지 4분의 1이 단기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사태”라며 이번 돼지열병 유행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태가 돼지고기 공급 부족을 넘어, 대체식품인 기타 육류의 품귀, 그로 인한 생활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같은 조짐은 일찌감치 나타났다. 유독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 돼지고기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중국이 유럽·남미 등 전세계 돼지고기의 블랙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고기는 전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 단백질 식품이다. 한국인들도 중국인 못지 않게 돼지고기를 즐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한해 동안의 1인당 돼지고기 섭취량만 놓고 보면 한국은 유럽연합(EU·32.1㎏), 베트남(30.4㎏), 중국(30.3㎏) 다음으로 많은 29.8㎏을 기록했다.

돼지열병이 얼마나 무서운 전염병인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데다 바이러스가 냉동육 상태에서 3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생존력이 좋다고 한다. 바이러스 질환의 특성상 세균성 질환보다 전염성이 강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감염 매개체는 감염된 돼지나 돼지고기, 사료, 차량 바퀴의 먼지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사전 차단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국내 발생에 대비해 초동대처 능력을 미리미리 키워두는 것이다.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대응팀을 꾸린 뒤 행동 매뉴얼을 가다듬어 지자체와 사육농가 등에 전파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방역을 위한 대대적 홍보전에 돌입해야 한다. 특히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가공식품을 일절 사들고 오는 일이 없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육상 국경이 없는 우리는 베트남·캄보디아 또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공항 및 항만만 철저히 봉쇄해도 바이러스 유입을 막을 수 있다.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을 거듭 촉구한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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