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앞서 호언한 대로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10일 0시 1분(이하 워싱턴 시간)을 기해 25%로 인상했다. 미국과 중국 고위급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이는 도중에 관세 카드를 실행한 것이다.

미·중 양국은 9~10일 이틀에 걸쳐 고위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 조치는 첫날 회담이 끝나고 이틀째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에 취해졌다. 미국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며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날 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10%의 관세가 부과되던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15%포인트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후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래도 중국이 굴하지 않자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새로운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이 이번 조치의 대상이다.

하지만 당장 10일부터 고율관세가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그 대상을 이날 0시 1분 이후 중국을 떠난 제품으로 한정했다. 이로 인해 향후 20일 전후까지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중국산 제품들에는 기존대로 1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통상 선박으로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 도착하는 데는 3~4주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이번 조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지만, 최소 3주 정도의 시간 여유를 중국에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엄포를 동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퇴로를 터주며 상대방을 달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이 이번에도 동원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 협상단이 10일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야무야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자존심을 앞세우며 미국의 조치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당국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데 대해 큰 불만을 드러내곤 했다. 동시에 중국 당국이 법률로써 그 같은 부당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법률 대신 행정조치 등 하위 규제 수단을 제시하며 부당 행위 자제를 약속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을 앞세워 방미중인 중국의 류허 부총리 일행과 이틀째 협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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