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를 방문해 화제가 되고 있다. 롯데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화답하는 뜻으로 신 회장을 집무실로 초청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삼아 올린 트위터 글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신 회장이 오벌 오피스에서 대통령 전용 책상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담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국 기업인 중 오벌 오피스로 초대된 이는 신 회장이 유일하다.

[사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사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신 회장을 백악관에서 맞이해 기쁘다”며 “그들은 루이지애나에 31억 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마치 이 일이 전적으로 자신의 업적인 양 자랑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성격이 엿보이는 표현이었다.

미국에서 단행된 롯데의 누적 투자 규모는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번에 롯데케미칼이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공장을 새로 지은 것 말고도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롯데 계열사들이 이미 투자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직접 고용인원만 2000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롯데가 이번에도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자랑대로 단지 그의 적극적 유치 노력이 그 배경일까.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내 투자 유치 노력과 적극성은 정평이 나 있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관세 폭탄을 퍼붓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이 볼멘 소리를 하면 외국에 나가지 말고 미국 내에서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라고 받아친다. 국내에서 투자를 해야 고용이 늘어나고, 그 결과 미국인들의 살림살이와 국가경제가 튼실해진다는 게 그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유치 노력은 분명 기업인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요소다. 각종 규제를 해제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등 실질적 혜택도 가시화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이번 루이지애나 투자는 롯데 나름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롯데가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 새로 지은 공장에서는 연간 100만t의 에틸렌과 70만t의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한다. 이번 투자 주체인 롯데케미칼은 특히 에틸렌 생산량에서 세계 11위, 국내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해당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물질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린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나프타 대신 셰일가스를 이용해 에틸렌을 추출할 경우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셰일가스를 국내로 들여올 때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셰일가스에서 추출된 에탄을 냉각·액화시켜 배로 들여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

롯데케미칼이 루이지애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서 찾아진다. 레이크찰스 공장은 입지 조건 상 북미 지역에서 다량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값싸게 공급받음으로써 에틸렌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하나 롯데케미칼이 미국 투자를 감행한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장을 발판 삼아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롯데의 야심찬 포부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10년 안에 연 매출 50조원 목포를 달성해 해당 분야의 글로벌 랭킹 순위를 7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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