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사진이 국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그 한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몇 가지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 중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야릇한 감정이었다. 평소 미주알고주알 온갖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이 다소 가볍다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번 건은 그 느낌이 달랐다. 적어도 한국인들이 느끼는 감상엔 특별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부러움이었다. 시샘 섞인 부러움일 수도 있겠다. 유일한 초강대국 대통령이, 대단하다 할 수도 없는 - 미국의 국가 규모로 볼 때 - 투자에 감읍한 듯, 하고많은 기업인 중 한명을 집무실로 초대해 최고의 대접을 하는 모습은 가볍다기보다 간절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제스처일망정 대통령이 이 정도로 국민들을 향해 세일즈맨 역할을 자처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또 하나의 소회는 롯데의 대미(對美) 투자에 관한 것이었다. 롯데는 최근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에 31억 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해 석유화학공장을 건설했다. 트럼프가 신 회장을 집무실로 초대해 사의를 표한 직접적 이유다.

물론 롯데케미칼이 미국 현지에 시설 투자를 한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에틸렌 생산 원료인 셰일가스를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고, 생산된 에틸렌을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자 했을 것이다. 한국보다 유리한 법인세율 등 제도적 이점도 고려 사항 중 하나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한국 아닌 미국에 투자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지극한 환대를 받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흔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여러 계열사를 통해 미국 투자를 단행한 만큼 롯데는 이제 미국 회사가 된 것 아니냐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날이 갈수록 국내를 떠나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진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외국의 기업들은 국내에 새로 들어오기는커녕 있던 기업마저 철수설에 휘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GM대우와 르노삼성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경영자 측에서 아니라고 부인해도 자주 철수설이 나도는 건 그만큼 국내에서의 기업 활동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한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한국에 투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그렇게 한다 해도 해외 시설 투자의 과실은 해당 국가가 주로 누릴 수밖에 없다. 세금을 거둬들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의 경제적 효과는 모두 현지 당사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경제 성장의 혜택을 입는 쪽도 현지 당사국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설투자에만 열을 올리면 우리가 아닌, 그 나라의 잠재성장률만 올려주게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시설 투자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생산요소 중 하나인 자본을 확충해주는 확실한 수단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일정 정도의 성장을 이어가도록 담보해주는 기초 체력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그 이유들을 정부인들 모를 리 없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경직된 고용시스템, 경쟁국에 비해 높은 법인세,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대기업들에 가해지는 각종 압박과 정부의 과도한 간섭 등등이 그것이다. 이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려는 노력이 집권 3년째부터라도 적극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