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원화 가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달리 표현하면 기축 통화와의 교환 비율인 원화의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원화의 가치는 대개 기축통화, 그 중에서도 미국 달러와 비교해 표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은 보통 ‘원/달러 환율’이란 용어로 표기된다. 매체마다 표기 부호에서 차이가 나타나곤 하는데 같은 개념을 ‘원·달러’ 환율로 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든 ‘원·달러 환율’이든 그 의미는 동일하다. 모두 1달러당 원화의 가치를 나타낸 수치이기 때문이다. 단위는 ‘원’으로 표기된다. 예를 들면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5.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달 중순의 저점과 비교하면 60원 이상 오른 값이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라갔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러나 외신이나 국제기관 등의 원/달러 환율 표기 방식은 우리의 그것과 달라 혼란스럽다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외신들은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소식을 전하면서 ‘USD/KRW 환율이 1195.7원을 기록했다’라는 식의 표현을 썼다. 화폐 단위 표기 순서를 우리와 정반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한쪽이 실수를 한 것일까. 정답은 “둘 다 맞다”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례로 보면 외신 보도가 맞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국내 언론의 표기가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언론은 물론 통화 당국조차 ‘원/달러 환율’이란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 배경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여하튼 국내에서는 우리 나름의 독특한 표기가 관행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 표기에 한정된 우리만의 관행인 만큼 다른 나라 화폐의 환율을 이야기할 때는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달러/위안’,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엔’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상은 각각 달러당 위안화, 달러당 엔화의 가치를 의미하는 바른 표현들이다.

또 하나 유념할 점은 원/달러 환율일지라도 외국인들을 위한 알파벳 표기시엔 그 순서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KRW/USD’ 대신 국제 관례에 맞게 ‘USD/KRW’로 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표기의 특이성으로 인해 다소간 혼란이 초래되는 건 사실이지만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인 만큼 각자가 나름대로 정확한 환율 표기 방식을 알고 이해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현명한 자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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