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모처럼 전면에 나서며 강한 경고음을 울렸다. 이 상태가 더 지속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의 움직임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일 대외경제장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중 무역갈등의 심각성을 새삼 거론했다. 이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그가 보여온 차분한 언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강도를 높인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 두 나라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나 되는 현실이 그 배경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 [사진 = 연합뉴스]

홍 부총리의 경고는 현재의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 흐름이 그를 다급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해 말 저점을 기준으로 하면 원/달러 환율은 100원 가까이나 상승했다. 지난 달 중순과 비교해도 60원 이상 오른 상태를 보이고 있다. 21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보고 있다. 지난 17일 1195.7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월요일인 지난 20일 홍 부총리의 대외경제장관 회의 발언이 나온 것에 영향받아 1194.2원으로 소폭 내려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사실상의 구두 개입으로 환율이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이미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움직임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8거래일 연속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며 주가 불안을 자극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만 1조7258억원에 달했다.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와 관련이 깊다. 설사 한국경제가 튼실하다 할지라도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불안이 가중될수록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달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는 원화 가치 하락, 즉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수출이 6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고,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등이 하나하나 원/달러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부실한 경제 성적을 말해주는 여러 지표는 환율 상승의 1차적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심리적 요인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수단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행동이란 정확한 현실 인식과 그에 기반을 둔 정책의 입안 및 추진이다. 기존의 정책을 되돌아보고 바로잡는 것 또한 한국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해소해줄 요인이 될 수 있다.

그 이전에 정부는 기본으로 돌아가 환율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정 통화의 기축통화 대비 환율이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인식 하에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거시경제 지표의 치밀한 관리가 그에 해당한다. 재정의 안정적 운영 또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해줄 필수 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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