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1분기 가계소득 동향조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라는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었다.

통계청 자료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1분위(소득 하위 20%) 가계의 소득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표에 따르면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25만4700원으로 5분기째 연이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올해 1분기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2.5% 줄었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가처분소득의 감소가 주는 생활고는 명목소득 감소폭 이상으로 컸으리라 짐작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1분위의 명목소득 감소가 2~4분위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2~4분위 가계의 소득은 차례로 4.4%, 5.0%, 4.4%씩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펼쳐온 경제정책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1분위 가계의 자력 생존 기반이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스스로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1분위 가계의 소득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요는 일을 해서 버는 근로소득이 급감한 대신, 정부 지원에 의해 주로 얻어지는 이전소득은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 가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0만4400원에 불과했다. 전체 월 소득 125만4700원 중 스스로 품을 팔아 번 돈이 32%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1년 전 동기에 비해 14.5%나 줄어들었다.

명목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이전소득(63만1000원)으로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주지하다시피 이전소득은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실업수당 등 정부 보조금이 주를 이룬다. 친·인척이나 자녀의 지원 등도 이전소득을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그 같은 유의 이전소득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저소득층의 이전소득 의존도 증가는 그들 계층의 자력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더구나 이전소득 지원은 일종의 복지이므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단 시작되면 없애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최대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늘려주는 것은 국가재정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답은 일자리 창출이다. 통계청 자료에 나타난 가계소득 동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자리 창출, 특히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실패했음을 방증한다.

통계청 발표가 나온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감소 부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희도 가슴아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인상)으로 밀려난 사람도 있겠고, 고용여건이 어려운 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사령탑조차도 최저임금 인상, 나아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도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감소를 “정부의 큰 숙제”라고 인정한 만큼 이번에야말로 경제정책 운용에서 가시적 변화가 있기를 다시 한번 고대할 뿐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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