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간 경상수지 적자를 거론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올해 4월 경상수지가 소폭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을 미리 흘린 것이다. 그 같은 가능성은 3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녹실회의’를 통해 제기됐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인 이 회의에서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거론됐다는 것은 현실화될 확률이 거의 100%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통상교섭본부, 국무조정실 등의 장관들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비롯해 반도체 가격 급락 등 경제문제 전반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관계부처 장관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논의 내용 중에서도 귀를 쫑긋하게 만든 것은 오는 5일 발표될 4월 경상수지의 적자 가능성이었다. 정부는 4월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을 특정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체의 경상수지는 6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4월 경상수지 악화와 관련해 정부가 밝힌 주요 원인은 투자 외국인에게 행한 배당금 지급이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외국인 배당이 4월에 이뤄지다 보니 해당 월의 배당소득수지 적자가 상품수지 흑자를 상당 부분 까먹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각각의 세부적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인 배당이 당월 경상수지 적자의 결정적 원인일 수는 없다. 지난해, 그리고 그 이전 해에도 외국인 배당이 비슷하게 이뤄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경상수지가 적자로 기록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월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가장 가까운 시점은 2012년 4월이었다. 다시 말해 이번 경상 적자는 7년만에 이뤄진, 비상한 일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4월 경상 적자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건 안일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황색등 수준 이상의 적색등이 켜졌다고 받아들이는 게 보다 올바른 현실인식일 것이다.

7년 전 우리가 월간 경상 적자를 기록했던 당시에도 우리 경제는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는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지는 바람에 우리의 대(對)유럽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던 시기였다. 당시 사태는 우리 경제가 외부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금의 냉혹함은 당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다 할 수 없다. 우리 수출 대상국 중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상시화된 무역갈등과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는 비교될 수 없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우리 수출의 5분의 1 정도를 책임져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최근 반년 사이 반토막 나다시피 하는 바람에 우리는 전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한가하게 배당금 타령이나 하면서 ‘일시적 현상’이라 치부할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필요한 것은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 일은 수출기업들의 기를 살려주고 기업 활동을 위한 최상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등이다.

급선무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라는 이름 아래 가해지는 기업 옥죄기를 푸는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정책이 기업들의 흥을 돋구는 쪽으로 작용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를 심각히 고민해보아야 시점이다.

대표 필자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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