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석 달 연속으로 ‘경기 부진’ 진단을 내렸다. KDI는 10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6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이 소폭 확대됐으나,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하는 모습”이라는 총평을 내놓았다.

KDI는 이어 “내수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이 위축되는 모습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DI가 최근 들어 우리 경제에 대해 ‘부진’이란 진단을 내리기 시작한 때는 지난 4월이다. 이후 세달 연속 같은 진단이 이어진 것이다. 그 이전 5개월 동안 KDI는 ‘부진’보다 완화된 표현인 ‘경기 둔화’라는 진단을 내놓았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는 우리 경제가 지난해 말 이후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 부진을 언급한 최근 3개월의 표현도 점차 강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처음 ‘부진’이란 용어를 쓴 지난 4월엔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그 다음 달엔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는 등의 보다 명확한 표현이 구사됐고, 이번 달엔 부진의 ‘지속’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 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지난 달에 보였던 경기 부진이 이달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수출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상황이 빨리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 KDI는 산업생산이 다소 확대됐지만 내수와 투자, 수출 등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부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4월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0.7%로 전월(-0.5%)보다 소폭 개선됐다.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광공업 생산 감소폭이 줄었고, 사회복지·보건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이 확대된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KDI는 이에 대해서도 “조업일수 변동(1일 증가)을 감안하면 생산 증가가 추세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일시적 요인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산업 생산의 흐름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4월 소비에 대해 KDI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축소되면서 민간 소비는 완만하게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4월 투자에 대해서도 “설비 투자의 감소폭이 일부 축소됐으나, 건설투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투자의 흐름은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 “자본재 수입액이 큰 폭의 감소율을 지속하는 등 설비 투자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건축기성의 감소가 지속하고 주거부문 선행지표가 부진해 당분간 건설투자의 감소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수출에 대해서도 부정적 진단이 이어졌다. “세계 경기의 둔화 추세가 지속하면서 반도체·석유류 등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반도체 등 주요 품목들의 감소세가 지속되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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