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끝나기 전에 얼마나 내릴까.

이는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대체로 모아지는 지점이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2.25%~2.50%)에서 동결했지만 시장은 ‘예상했던 대로’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시장이 관심을 둔 대상은 향후의 금리 흐름이었다.

연준이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성명이나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역시 별반 놀랄 만한 것은 없었다. 그 내용 역시 시장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한, 향후 금리 전망을 한눈에 보여주는 점도표는 일방적 예단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점도표만 놓고 보면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고 전망할 수 있다. 점도표 상 나타난 올해 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은 현행 수준인 2.4%로 제시돼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점도표가 시사하는 것을 동결로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파월 의장 역시 성명서 내용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점도표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말했다. 점도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반드시 동결을 시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투표권이 없는 위원들까지 포함한 전체 위원 17명 중 7명이 연내 두 차례 인하를 전망했기 때문이다.

기타 위원들의 전망을 세부적으로 기술하면 8명이 동결을, 1명은 한차례 인하를, 나머지 1명은 한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인내심을 가질 것’이란 기존 표현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연준의 성명은 또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해나가겠다”는 표현도 곁들여졌다. 이들 표현 하나하나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언제든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향후 경기 전망이 약해지기 이전에 연준이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면 즉각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란 의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연준 내부의 분위기 변화는 이번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금리 결정 투표에 참여한 10명의 FOMC 위원 중 1명이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비록 1명이지만 결정 투표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관행상 FOMC는 토론 과정에서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지만 결정 투표 실시 때는 하나로 뜻을 모아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곤 해왔다.

지난해 2월 파월 의장이 취임한 이후 FOMC 회의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줄곧 만장일치 관행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나타난 반대표는 금리 인하 쪽으로 연준 내부의 기류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강력한 힘을 가진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제임스 블러드 위원은 기준금리의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압력은 투표 결과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FOMC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위원들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 근거로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역류 현상’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향후 금리 인하는 언제 어느 정도의 폭으로 이뤄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연준의 신호를 연내 0.5%포인트 금리 인하 시사로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다음 달 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B증권 역시 연준이 다음 달 FOMC 회의를 통해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KB증권은 또 연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의 김두언·김상훈 연구원은 그 근거를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 찾았다. 연내 인하를 전망한 연준 위원 8명 중 7명이 50bp(0.5%포인트) 인하를 점쳤다는 것이다.

KB증권의 두 연구원은 미·중 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0.75%포인트 인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준은 지난해에만 네 차례 금리를 인상했으나, 올해 들어 ‘인내심’을 강조하면서 동결 기조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성명에서 ‘인내심’이란 단어를 삭제함으로써 모처럼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등을 켜며 시장에 새로운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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