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아직 구체적 액션 플랜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제조업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면서 관련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경제적 성공은 제조업 발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패전국 독일이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경제부흥에 성공한 것이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위세를 떨쳤던 영국이 미국에 세계 최강의 지위를 물려준 것은 각각 제조업 육성의 성패와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동안 제조업을 ‘굴뚝산업’이라거나 ‘블루칼라’ 등의 비호감 개념과 연계시키며 그 중요성을 간과해온 측면이 있다. 또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육성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기술 발전에 따라 제조업의 매출 증가 대비 고용 증가율이 점점 떨어진다는 점,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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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종 통계자료가 말해주듯 제조업은 오늘날에도 국가 경제를 지탱해주는 가장 확실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제조업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는 511조원에 이른다. 최근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기준연도 변경으로 집계된 지난해 GDP 1893조원에 대비하면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육박한다.

수출과 설비투자를 보면 제조업의 중요성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의 제조업은 수출의 90%, 설비투자의 56%를 감당해내고 있다.

제조업은 고용 면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종 등의 고용 창출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제조업은 직업 안정성과 고임금을 동시에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업종으로 꼽힌다. 각국 정부가 제조기업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내 제조업은 날로 위축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대신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급증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44.9%나 늘었다. 특히 제조업의 같은 기간 해외투자 증가율은 140.2%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물론 요즘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높고 견고한 관세장벽을 돌파할 수단의 하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인수합병을 하거나 현지에 공장을 새로 지음으로써 현지 시장을 활용하려는 속셈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 특히 제조기업들의 해외투자 급증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해외에 시설투자를 하면 우리나라 기업이라 할지라도 현지 고용을 늘려주고, 현지에서 법인세를 납부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경제만 살찌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현지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으로 집계된다. 국내에 공장을 짓고 상품을 생산할 경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각종 과실들이 외국으로 새어나가게 된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30년까지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천명한 것은 이런 문제들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하면서 추진 전략 몇가지를 제시했다. 산업구조 혁신 가속화, 신산업 육성, 산업생태계 전면 개편,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부 역할 강화 등이 그것이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구체적 액션 플랜 마련과 과감한 실행이다. 그 답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정치적·이념적 요소를 걷어낸 뒤 실용적 차원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용한다면 실속 있는 액션 플랜은 이른 시일 내에 완성될 수 있다. 처음부터 정부가 아니라 업계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종합해 노사 관계 재정립, 무역금융 절차의 간소화, 신산업 인재 양성,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법인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 등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공정 당국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론 모자라다는 듯 ‘공정경제’를 외치며 각종 규제로 기업을 억누르는 일은 이제 자제돼야 한다. 기업들에게 정작 시급하고도 절실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기업활동을 위한 현실적 편의와 경쟁의 자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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