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제라인을 교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정책실장 자리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경제수석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임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경제라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전임자들인 김수현 정책실장이 7개월만에, 윤종원 경제수석이 1년이 채 안 돼 물러난 것을 보면 문책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해 1분기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4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현재의 경제 사정이 환란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가늠케 해준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 = 연합뉴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서 정책 기조가 크게 변한다고 전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새로 중용된 두 사람 모두 그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시행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김상조 신임 실장은 공정위장으로 재직하면서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공정경제 관철을 주도해왔다.

구체적으론 재벌 지배구조를 바꾸고,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상당 부분 근절했다. 대기업이나 오나 일가의 갑질을 척결하는데도 앞장서왔다. 가시적 성과로는 전속 고발권 일부 폐지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개편안 마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청와대 경제라인 개편을 재벌 개혁 움직임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연결지으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신임 김 실장이 그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 노력했을 뿐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호승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 = 연합뉴스]
이호승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 = 연합뉴스]

김 실장이 김광두·조윤제씨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기초하는데 참여했다는 점 역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점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하성, 김수현씨에 이어 또 다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정책실장 자리를 꿰찼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또한 청와대의 개혁 드라이브가 그대로 이어질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 또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꾸준히 관여해온 인물이다. 이 수석은 지난 6개월 간 기재부 1차관으로 근무하기 직전 청와대에서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6개월만에 수석 타이틀을 새로 달면서 청와대로 금의환향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의 새로운 조합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큰 틀에서 그대로 이어가되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미세 조정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경제정책 3축 중 소득주도성장보다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 한편, 각종 경제지표 중에서는 고용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구체적 의도는 다음 달 초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새달 3일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한다. 이 때 경제성장률 수정 목표치와 고용 확대 목표치도 함께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2.6~2.7%, 고용증가 목표치는 15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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