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일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증시에서 단기 변수 하나를 게거해주었다. 미국이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고율관세를 매기려 했다가 마음을 바꿨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사들인다는데 합의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고, 중국은 희토류 공급 중단 카드를 거둬들였다. 관세전쟁을 이어오던 두 나라가 일단 휴전에 합의하고 대화 재개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파급력이 큰 변수 하나가 당분간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중 회담 여파로 증시에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단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곧 미·중 갈등 분위기에 가려져 있던 여타 변수들이 고개를 들며 박스권 내 등락을 주도할 것임을 시사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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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와의 거래 금지 조치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미국의 발표는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을 일부 덜어주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 조건으로 ‘국가안보 이슈와 관련이 없다면’이란 전제를 붙인 점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말은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태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바뀌면 어느 순간 화웨이 제재의 강도도 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중이 휴전을 이어가는 동안 시장의 관심이 이동해갈 주요 대상은 미국의 통화정책과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발표 등이다.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은 상당 부분 시장에 미리 반영돼 있다. 남은 문제는 앞날을 예상하고 먼저 움직이는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움직여주느냐다. 결국 당분간은 시장의 예상과 연준의 움직임 간 괴리만큼 시장이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대체적 전망은 연준이 7월중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것이다. 7월 통화정책 회의(FOMC)에서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하지만 시장의 과민반응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연준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금리선물 시장이 연준이 7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는 전제로 움직이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단기 지표 변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제임스 블러드 총재는 0.5%포인트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며 톤다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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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발표될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잠정실적 발표도 증시를 움직일 변수중 하나다. 이 역시 시장에 미리 반영돼 있으므로 전망치와 발표 내용이 어느 정도나 일치하는지가 관건이다. 기대 이하의 실적이 나오면 그만큼 시장엔 좋지 않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이전 실적에 비해 크게 낮춰져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 자료가 확인된 상장사 134곳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연결 기준)는 작년 동기에 비해 39.3% 감소한 22조5838억원이었다.

5일 잠정실적치를 내놓을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영엉이익이 6조2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앞선 1분기(7조4996억원)보다 19.6% 줄어든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사들의 실적 감소는 예상됐던 것이므로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를 기록하지 않는 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증권사 보고서가 내놓은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등락 범위는 한국투자증권 2080∼2160, NH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2080∼2170, 하나금융투자 2120∼217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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