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약화되는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양호한 고용지표다.

지난주 주말을 앞두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 부문의 고용 증가폭(계절 조정치)은 22만4000명이었다. 전 달의 증가폭이 7만2000명이었던 것이 비하면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6월 고용 성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기도 했다.

고용 사정 개선은 한창 불붙은 금리 인하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소다. 고용이 늘면 미국민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곧장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 가능성의 증대는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저지할 요소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의 기본 목표가 물가 안정이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홍보관. [사진 = 연합뉴스]

물가 상승은 경기 과열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경기 과열 조짐이 나타날 때 중앙은행이 취하는 조치는 금리 인상이다. 실제로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물가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인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의회 증언을 앞두고 최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서도 최근의 물가 약세가 일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물가 약세가 추세적 현상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파월 의장은 오는 10~11일(이하 현지시간) 증언을 위해 하원과 상원에 잇따라 출석한다.

이 때 나올 발언 내용이 연준의 통화정책 흐름의 방향을 가늠할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누그러뜨리는 쪽으로 흐른다면 증시는 또 한번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아온 파월 의장은 최근 경기 확장을 이어가기 위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동안 금리 인하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커졌던 게 사실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10일 공개되는 연준의 6월 통화정책회의(FOMC) 의사록 내용도 증시가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요소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과 점도표를 통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곧 발표될 당시 회의의 의사록에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강했던 것으로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론은 또 한번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파월 의장의 이번 주 의회 증언이 최근의 상황 변화를 보다 신속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요인은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다. 지난 5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6조, 6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실적에 비해 56.3%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D램 반도체 가격이 절정기 대비 40%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결정타였다.

다른 상장사들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예측 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는 상장사별 2분기 실적과 수출 규제의 진전 사항을 지켜보며 박스권에서 등락하는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젠 다소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도 숨은 변수로 남아 있다. 지난 달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나라가 두 번 째 휴전에 합의했지만 신경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화웨이 제재와 이미 부과된 고율 관세 문제를 두고 양측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는 게 원인이다.

중단된 고위급 회담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측이 이번 주 중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협상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미·중 협상은 지난 5월 10일 워싱턴 회동을 끝으로 중단돼왔다. 그 이전까지 두 나라는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주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예상범위는 NH투자증권 2080∼2170, 하나금융투자 2080∼2130, 케이프투자증권 2070∼2150 등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