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분위기상 검토가 조만간 실행 단계로 옮아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여러 대책이 약효를 잃어가는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 태세를 갖춘 것이다.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의 한계점을 넘나든다 할 정도로 극단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이 제도는 진작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온 문재인 정부가 이 제도의 적용을 마지막까지 보류해온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에 정부가 검토 중인 것은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이 아니다. 이미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요건이 까다로워 적용이 안 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참에 그 요건을 완화해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지역에 손쉽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토록 하려는 게 정부의 움직임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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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검토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서였다. 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면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한제 지정 요건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시장 관리 당국이 구체적으로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해왔음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엔 김 장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 장관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민간아파트 분양가 억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드러내온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금은 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건설사가 후분양을 실시하면 그 제한마저 피해갈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이 김 장관의 불만인 듯 여겨진다.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제도를 적용할 수 있어서이다.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이르면 이달중 입법예고한다는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으로 ‘최근 3개월 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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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 지역에서도 다음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만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그 세가지 요건은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한 경우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 1을 초과하거나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 1을 초과한 경우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정부는 이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현행 시행령으로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앞의 전제 조건을 완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얘기다.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안은 위 내용 중 ‘물가상승률의 두 배 초과’를 ‘물가상승률 초과’로 바꾸거나 ‘두 배’를 ‘1.5배’로 변경하는 것 등일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엉뚱한 지역이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상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이나 과천 등 특정 지역을 타깃 삼아 상한제의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어느 단계까지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현재의 시행령에 의하면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그 시점을 입주자 모집공고로 잡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후자는 후분양을 통해 상한제를 피해가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거론되는 방안이다.

적용 시점에 대한 혼선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제도 적용 때마다 시점이 달랐던 게 그 원인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필요에 의해 적용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적용 시점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가 초래할지 모를 부작용이다. 정부는 제도가 가져다줄 ‘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 정부도 ‘실’에 대한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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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대하는 이익은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여기엔 강남 등의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면 그 주변이 동조하고, 나아가 강북과 수도권, 기타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엔 여러 부작용 요소가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상한제 적용이 전체 집값을 낮추는 효과를 내려면 공급이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적용되면 재건축·재개발 추진 동력이 사라지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게 불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 중고 아파트의 가격까지 덩달아 올라가기 쉽다.

집값 안정을 위한 또 하나의 전제는 분양가 상한제를 업고 새 집을 싸게 구입한 사람이 그 집을 싸게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싸게 얻은 집이라고 해서 싸게 판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거꾸로 로또 분양이 성행하면 할수록 투기 세력이 몰려들고, 그에 따라 특정 지역에 부동산 투기 열풍이 일면서 중고주택 가격까지 들썩일 수 있다. 중고주택의 가격이 올라가면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올라가는 게 정한 이치다.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약효를 제대로 발휘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지나치게 가라앉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요즘 같은 경기 부진 속에서 부동산 거래 절벽 상황이 초래된다면 등록·취득세 등 지방세 수입이 급감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어려움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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