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금리 인하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일차적 보복 조치는 반도체 감산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바람에 증시 전체에는 별반 악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달 말을 지나며 일본의 압박이 보다 강해지고 광범위해지는 양상을 띨 경우 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

결국 호재와 악재가 교차하며 이번 주 국내 증시에선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인 듯 주요 증권사들의 코스피 등락 예상 범위는 이번 주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증권사별 전망치를 일별하면 NH투자증권 2070~2160, 한국투자증권 2040~2120, 하나금융투자 2080~2130, 케이프투자증권 2050∼2130 등이다.

증시가 이번 주에 가장 눈여겨 볼 일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다. 한국은행은 1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올 들어 다섯 번째로 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모처럼 금리 인하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란 표현을 썼다.

시장은 이를 강한 금리 인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경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황 변화’는 기정사실화되어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번 회의를 건너뛰고 다음 달 금통위 회의에서 단행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번 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을 확인한 다음 행동에 나서려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단기간이나마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지금보다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다. 상단 기준으로 보면 우리(1.75%)보다 0.75%포인트 높다.

한은의 다음 달 통화정책 회의는 8월 30일 열린다.

연준도 이달 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열린 의회 증언을 통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이 그 배경이다. 앞서 소개된 이주열 총재의 발언과 대동소이한 표현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미국의 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는 약간의 의견 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6월 고용사정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았고 소비자물가 또한 기대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금리 인하 흐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무대를 주목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이 자리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연설을 통해 통화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이날 발언은 시장 일각의 예상대로 금리 인하가 선제적으로 연거푸 이뤄질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다. 일본은 이달 24일까지 자국내 여론을 수렴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부터 한국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상되는 규제 내용은 한국을 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의 수출품들은 개별 심사를 받게 된다. 전략물자에 대해 정확한 행선지와 용도, 불량국가로의 유출 가능성 등을 일일이 따져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수출이 이뤄지더라도 기간이 최대 3개월이나 걸리고, 최악의 경우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일본은 징용공 문제를 제3국 주도의 중재위원회에 회부하자는 자신들의 제안을 한국 정부가 오는 18일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도 여전히 잠재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농산물 수입 약속을 빨리 이행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내 화웨이의 인력 감축 시도 등을 통해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정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양국 간 협상이 열리게 된다면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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