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전격’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의 대체적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결정으로 인해 한은 기준금리는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아진 1.50%로 변경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여만에 처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달 동결을 결정한 뒤 새달 소집되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연말까지 세 차례 더 열린다. 시장이 금리 인하 결정 시점으로 주목한 때는 다음달 30일이었다.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가 앞당겨짐에 따라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개 추가 인하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11월 29일 금통위 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아직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정책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 논리적 기반을 두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18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은이 이번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엔 정부나 한은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예상 외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점이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일차적으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재차 수정되며 더 내려간 점이 금리 인하 결정을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한은은 금통위 회의 석상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춘 2.2%로 수정해 보고했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정부가 최근 수정 전망한 수치보다도 최대 0.3%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정부는 이달 초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밝히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6~2.7%에서 2.4~2.5%로 수정한 바 있다.

한은은 이번에 우리의 잠재성장률에 대해서도 수정을 가했다. 한은이 새로 제시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5~2.6%다. 앞서 한은이 제시했던 2016~2020년 추정치는 2.8~2.9%였다.

낮춰진 추정치와 비교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성장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최근 한 두 달 동안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상황 악화는 설비투자와 수출, 경상수지 등 주요 지표를 통해 나타났다. 이 총재는 “상반기 동안 수출 및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하반기 여건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 아래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과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보다 대폭 낮춰 잡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0.4%에서 –5,5%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0.3%에서 –3.3%로 하향조정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올해 수출 증가율 역시 당초 전망치 2.7%를 0.6%로 내려잡았다.

정부가 600억 달러는 넘길 것이라 장담했던 경상수지에 대해서도 한은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한은이 새롭게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는 590억 달러였다.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은 585억 달러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글로벌 교역 환경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수출기업들의 애로가 더 심화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이달 중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이 달 금리를 내리면 두 나라 간 금리격차가 다시 0.75%포인트 또는 그 이하로 낮춰지게 된다. 금리 격차 축소에 대한 기대는 한은이 금리 인하로 인해 받을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인하가 효과를 내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구조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는 통화정책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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