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점차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어느 범위까지 어떤 강도로 이뤄질지가 불투명하다.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배제했지만 일본 수출 관리 당국의 의사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어느 품목을 특히 엄격히 관리할지부터가 미지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 159개를 선정한 뒤 집중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 품목엔 화학 분야와 관련된 것이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특정 품목을 집중 규제하면서 어떤 방식을 취할지도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심사 기간 석 달을 최대한 채운 뒤 수출을 허가할지, 아니면 아예 수출 허가 자체를 해주지 않을지 등등이 모두 불투명하다. 칼자루를 일본이 쥐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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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확실성은 한동안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하나 신경써서 지켜보아야 할 점은 한국의 대응이다. 이 역시 어떤 형태, 어떤 강도로 나타날지 짐작하기 어렵다. 우리의 대응 강도에 따라 일본 측의 반응이 달라지는 만큼 우리의 대응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시해야 할 외부 요인으로는 중국의 대미(對美) 반응을 꼽을 수 있다.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미국의 압박이 점차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강공 대응에 나선다면 글로벌 교역 환경은 또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은 양국 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자 오는 9월부터 나머지 3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 가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소 10%의 관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9월 1일로 멀찍이 잡은 만큼 방침이 철회되거나 제재 강도가 조절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물론 그 변수는 중국의 후속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반응이 온건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 또는 철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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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스탠스를 가늠해볼 요소는 또 하나 있다. 화웨이에 일부 제품을 팔겠다는 미국 기업들의 승인 요청을 미 당국이 어떻게 처리할지가 그것이다. 미국도 이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 문제를 이번주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미국이 안보상 이유로 특별히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다.

미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를 승인한다면 이는 중국의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시장에 긍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이번 주 6, 7일(이하 현지시간)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차례로 연설에 나선다. 지난 31일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를 결정한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모호한 발언을 내놓아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따라서 블러드 총재 등의 연설에 향후 연준의 금리정책 흐름을 가늠할 새로운 메시지가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달 31일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은 그의 발언에 다소 실망하는 모습을 드러냈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는 NH투자증권 1980∼2070, 하나금융투자 1980∼2030, 케이프투자증권 1980∼2030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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