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곳은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다. 일본 정부나 원전 관리 주체인 도쿄전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린피스의 주장엔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의혹은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그 같은 조짐을 감지하고 우려와 대응방안을 담은 문건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이후에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일본 측에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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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는 숀 버니 그린피스 원자력수석전문가. [사진 = 연합뉴스]

방사능 오염수 문제의 새삼스러운 부상은 코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과 관련이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는 내년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 재건을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 작정한 듯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대책본부가 있던 J빌리지를 성화 봉송 출발점으로 지정한 것과, 후쿠시마시의 아즈마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르기로 한 것,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촌 식탁에 올리려 하는 것 등등에서 그 같은 의도가 묻어난다. J빌리지와 아즈마경기장은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각각 20㎞와 6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결국 일본 정부는 올림픽이란 국제행사를 통해 후쿠시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욕심을 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바람에 당장 올림픽 참가자들의 안전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우리의 경우 음식 재료를 공수해가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정신을 구현하되 선수단의 안전을 스스로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치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끝내는 즉시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를 식히는데 사용된 물, 즉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방류 시점을 올림픽 직후로 잡은 것은 올림픽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면서도 국제적 관심이 최소화되기를 기다리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야비한 속내는 원전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 오염수 저장 탱크를 늘려 보존할 공간이 충분하다는 그린피스 측의 주장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도쿄전력은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2년이면 보관능력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매일 170t의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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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에 의하면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가 1000개 가까이 놓여 있으며 그 안에는 111만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회를 찾아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그린피스 관계자는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 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그럴 경우 결국 동해도 방사능에 오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다에 버려진 오염수가 태평양 해류를 타고 순환한 뒤 1년 뒤쯤엔 동해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오늘날의 기술로는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일단은 오염수를 새지 않도록 보관한 뒤 기술 개발에 전념해 추후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단기적 해결책으로 오염수 저장 탱크를 지하에 묻거나, 뚜껑을 열어둔 채 조금씩 증발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린피스는 현실적 대안으로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 저장 탱크 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당장 처리 기술이 없다고 해서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일관된 입장이다.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지면 태평양 연안국들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 러시아와 미국, 캐나다는 물론 중남미 각국, 호주 등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 점이 우리가 파고들어야 할 지점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양자 대화는 물론 국제행사를 통한 다자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전략을 더 촘촘히 짠 뒤 보다 적극적으로 요란하게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태평양 연안국가들과 공조체제를 굳건히 구축한 뒤 국제적 관심을 높임으로써 일본이 오염수 관련 정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도록 하는 게 그 첫 번째 단계다.

범행은 음지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이뤄지는 속성을 갖는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라는 국제적 범죄행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일본이 함부로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도록 옥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제적 관심도를 높여 사방에 감시의 눈길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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