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의 하강 국면은 대체 몇 달째나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이 궁금증이 곧 해소될 것 같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쯤 우리 경제가 속한 순환기의 정점이 언제였는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경기 전환점이 언제였는지, 다시 말해 경기가 어느 시점에 정점을 찍고 하강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해답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사이클에선 두 가지 전환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바닥을 찍고 상승하려는 시점인 저점, 또 하나는 상승에서 하강 국면으로 바뀌는 시점인 정점이다. 정부가 다음 달 논의를 통해 도출하려는 결과는 후자의 시점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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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리는 11번째 순환기에 속해 있다. 그러나 현재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공감대만 형성돼 있을 뿐 언제 정점을 지났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그 후속 회의가 다음 달 중순 다시 열린다.

석 달 전 회의에서 위원회가 판단을 보류한 이유는 분석 자료의 미비였다. 참석자 중 상당수가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자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판단 보류 결정이 내려지자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위원회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 하강 국면의 장기화가 공식화되면 현 정부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한 비판이었다.

통계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경기 전환 공식화 문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당시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전환 선언을 마냥 늦추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강신욱 통계청장도 우리 경제가 2017년 2분기나 3분기 언저리에 정점을 찍었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표출한 바 있다.

논란은 유력한 경기 정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라는 데서 출발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경기의 하강 국면 진입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등 무리한 경제정책을 시도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해 정부가 경기 정점 확인을 고의로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부로서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통계청 관계자가 이미 경기 전환 공식화 문제를 거론한데다 각종 지표 또한 오래 전부터 경기 하강 징후를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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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통계청은 두 개의 경기지표가 6개월 이상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경기 정점 공식화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말경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보고서는 두 경기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이미 6개월째 동반 하락했음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두 지표는 4개월 더 동반하락을 거듭했다. 도합 10개월째 동반 하락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동행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선행지수는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거나 예측하게 해주는 각각의 지표다. 여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추이 등을 함께 고려해 경기 전환 공식화 여부를 결정한다.

정황상 통계청은 내부적으로 경기가 장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종합판단을 내린 뒤 전문가들의 심의와 판단을 구하기 위해 지난 6월 관련 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원회가 한차례 결정을 보류함에 따라 다음 달 다시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미 한차례 결론을 미룬 만큼 이번 회의에선 경기 전환점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시 결정을 미루기엔 위원회가 떠안을 정치적 부담이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경기 정점은 2017년 3분기 중의 어느 달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기준상 정점은 2017년 3, 4, 5, 9월(이상 101.0)이고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 기준으로 본 정점은 그해 3분기(3.8%)라는 게 그 배경이다. 이는 경기 지표와 GDP의 정점이 겹치는 때가 2017년 3분기임을 말해준다.

만약 정부가 2017년 3분기의 중간 시점인 8월을 정점으로 공식 결정한다면 우리 경제는 이달 현재 24개월째 하강중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우리 경제가 조만간 역대 최장기간 하강 사이클을 그릴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통계상 역대 최장 기간 하강 기록은 1998년 8월까지 이어진 29개월이다.

실제로 요즘 나타나고 있는 각종 경기관련 지표들은 향후 수개월 안에 경기가 좋아지기 어렵다는 것을 예고한다. 두 경기지표는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동반하락을 해오다 4월과 5월 들어 하나씩 상승 전환했지만 6월 들어 다시 동반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국내외 민간기관들이 제시하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또한 정부나 한국은행의 기대와 달리 최저 1%대까지 떨어져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외에서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 국채 금리를 밑돌거나 격차를 좁히는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 세계적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만간 경기 전환점 공식화가 이뤄지면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판이 아니더라도 정부 스스로 현실 인식을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 말이 더 이상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만큼 모든 경제관련 수치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웅변해주고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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