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제도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라 한다. 제도 자체가 반시장적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장기간 운영돼오면서 나름대로 평가를 받은 제도이기도 하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때는 1977년이다. 취지는 택지 부족으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주택을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공급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주택공급규칙을 신설하는 것과 함께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적용 대상은 공공주택이었다. 공공성이 강한 주택이었던 만큼 유주택자들의 접근을 차단할 명분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제도는 민영주택으로 확대됐고, 우리 사회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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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익을 앞세우다 보니 다소 반시장적 속성이 곁들여진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민영 고가 주택에까지 이 제도가 적용되면서 비판의 여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자유경쟁 원칙을 훼손한다는 것이 비판론의 골자다.

정부가 지난해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청약제도를 손질할 때도 그 같은 비판론이 제기됐었다. 비판은 시장원리 훼손이란 원론적 수준에만 머물지 않았다. 무주택자에 대한 배려가 커지는 것은 좋으나 그에 비례해 1주택자의 주택 갈아타기가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제도가 몰고온 기타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청약통장 불법 거래를 알선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가 적발되는가 하면 주택 청약 때 무주택 가구주로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이 같은 불법 행위는 주택경기가 과열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곤 했다.

물론 일부의 비리를 이유로 청약제도를 없애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비판론자들 역시 이를 반대론의 논거로 제시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들의 비판은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돼 있다. 관치경제 시대가 끝나고 자유경쟁에 의한 시장경제가 정착된 뒤에도 이 제도가 존속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택청약제도는 존속시킬 가치가 있다고 본다. 주거 안정성의 확보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게 현대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당초 취지대로 이 제도를 잘 관리해나가는 일이다. 다소간의 반시장적 요소를 담고 있어도 사회 구성원들이 제도를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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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가 ‘로또 아파트’ 출현의 저지다. 아파트, 특히 서울 강남 요지의 중대형 아파트에 당첨되면 로또 1등 당첨에 버금가는 불로소득을 얻는 것만은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한다.

애먼 재건축 조합원들의 사유재산을 침해해 반발을 사는 것과 달리 ‘로또 아파트’ 출현 방지는 반발할 대상도 명분도 없는 온당한 행위다.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할 이도 없다.

‘로또 아파트’는 사회정의를 심각히 해치는 사회악이기도 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확대 조치를 전제로 전용 84㎡ 아파트를 강남에서 분양받으면 10억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19일 현재 이 크기의 강남 요지 신축 아파트는 이미 27억 내외를 호가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20~30% 정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 강남 요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3000만원대 중반에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전망이 맞다면 강남 아파트 당첨은 로또 1등 뺨치는 이익을 졸지에 안겨준다.

더구나 그 같은 혜택을 입을 이들이 누구일까를 생각해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요즘처럼 대출길이 꼭꼭 막힌 상황에서는 적어도 10몇억 정도의 현금을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강남 아파트 분양 신청은 언감생심이다.

이치가 이럴진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회를 틈타 호시탐탐 강남 아파트 분양을 노리는 이들에게 10년 전매 금지 카드가 대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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