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한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인 23일 다시 한번 관련 브리핑을 실시했다. 이번에 나선 이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다. 전날 같은 실 소속의 김유근 1차장이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이후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기미가 보이자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이날 발표에서 그간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일본을 상대로 기울여온 노력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연이은 대화 제의를 묵살해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일본 측에 미리 귀띔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 차장은 브리핑 내내 우리의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완고하게 자세를 바꾸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썼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사진 = 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사진 = 연합뉴스]

김 차장은 또 지소미아 종료로 안보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보 훼손 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이해됐다. 그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 동맹이 굳건히 유지되는 만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인 듯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조치를 앞두고 거의 실시간으로 미국과 소통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는 보다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정부가 청와대의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한 데다 ‘미국이 한국의 조치를 이해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미국 정보 소식통의 주장까지 보도된 점을 의식한 결과인 듯 여겨진다.

김 차장은 향후 자체 안보 역량을 보다 강화할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요지는 국방예산 증액을 통해 정찰위성 등 전략자산을 확충하고 지소미아와 함께 작동돼온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 이하 티사)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티사가 과연 지소미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티사를 통해 교환하는 정보의 수준이 지소미아의 그것보다 낮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티사는 지소미아보다 2년 앞선 2014년 12월 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체결된 3국 간 약정이다. 작동 방식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취지는 좋지만 티사는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우선은 지소미아와 달리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 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보보호의 의무가 엄격히 이행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루는 정보의 등급도 상대적으로 낮다. 지소미아 체제에서는 1급 이상의 정보도 다룰 수 있지만 티사의 경우 일방이 1급 이상의 정보에 대해 선별적으로 공급을 거부할 수 있다. 주로 다루는 정보의 등급은 2~3급 수준이다. 더구나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상대에 대한 신뢰가 탄탄히 유지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공조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우리가 안보 역량을 확실히 갖추려면 티사 활용과 별개로 한·미 동맹을 보다 굳건히 하면서 차곡차곡 정보수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 측 정보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상 당장은 미국이 자체 생산한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가 일본에 비해 취약한 공중정찰 능력을 스스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안보는 말로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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